지난 4월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누누티비'가 폐쇄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성격의 불법 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누티비가 문을 닫는다고 하더라도 영상 불법 유통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이 우세했는데, 결과적으로 '제2의 누누티비'가 다수 출현하면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작권보호원이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만 총 29곳에 달했다. 아직 파악하지 못한 사이트를 고려하면 실제 불법 사이트 숫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최신 드라마·영화·방송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유출하고 있었다. 일부 사이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미국프로농구(NBA), 해외 축구 등 스포츠 중계를 무단 배포하기도 했다. 국내 모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이름을 불법 사이트에 활용한 사례도 발견됐다. 방송사와 OTT 등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는 누누티비 폐쇄 이후 오히려 더욱 활개 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저작권보호원이 누누티비가 폐쇄된 지난 4월 15일부터 지난 9월 30일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불법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를 차단 요청한 건수는 186건에 달한다. 2021년 같은 기간 2건, 2022년 1건에 비해 대폭 늘어난 수치다. 저작권보호원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이들 불법 사이트에 대해 방심위에 꾸준히 차단 요청을 하고 있다.
불법 영상 스트리밍 앱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저작권보호원이 적발한 불법 영상 모바일 앱만 4258건으로, 지난해 전체 1286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유료로 서비스되는 영상 콘텐츠를 무단으로 불법 유포한다는 점에서 콘텐츠 공급업체와 플랫폼에 막대한 재산 피해를 유발한다. 여기에 대다수 사이트에 불법 도박이나 음란사이트 광고 배너가 버젓이 걸려 있어, 또 다른 범죄를 유도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 광고 배너를 통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막대한 광고비를 벌어들이고, 불법 도박 사이트는 신규 회원 모집에 도움을 받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방심위는 지속적으로 불법 사이트 차단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은 그때마다 주소 일부분만 바꾸며 대체사이트를 신규 개설해 또다시 이용자를 끌어들인다. 새로운 주소는 텔레그램·디스코드를 통해 암암리에 공유된다. 방심위가 차단하는 속도보다 대체 사이트가 개설되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불법 사이트를 완전히 틀어막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보호원은 오는 2024년 5월 7일까지 저작권 침해 종합대응 시스템 2단계 구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저작권 침해 인지에서 대응까지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저작권 침해 자료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종합 분석해 심의·수사 지원 등의 대응 조치에 즉시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저작권보호원 단독으로는 유기적인 대응이 어렵다. 이에 정부는 유관부처는 물론 국회와도 손잡고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을 지난 7월 31일 발표했다. 영상 콘텐츠 불법 사이트 등으로 저작권을 침해당할 시 손해배상액을 3배까지 늘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한·미 합동수사팀 구성과 국제 협약 가입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에 대한 국제 수사 공조 강화 계획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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