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전 8시 부천새마을금고 앞에는 업무 시작 전임에도 긴 줄이 늘어섰다. 단 10일간 판매하는 '연 7.0% 고금리 예금상품'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최근 명예퇴직을 한 김모씨(60)도 퇴직금 일부를 저축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새마을금고로 달려왔다. 김씨는 "주식 투자보다 훨씬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며 "상호금융에서 내놓는 또 다른 고금리 예금상품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수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당시 금융사들이 고금리로 조달한 예‧적금 만기 시점이 도래하자 수신자금 이탈 방지를 위해 은행 등 금융권에서 수신금리를 올리고 나선 것이다. 시중은행 대비 수신 경쟁에 불리한 상호금융과 제2금융권은 예‧적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며 수신 경쟁에 본격 가담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신 경쟁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연 8.8%짜리 적금 상품을 판다'는 소식에 가입 고객이 몰려 사흘 만에 판매를 종료했다. 경기도 부천 소재 한 새마을금고 지점은 연 7.0%짜리 적금 특판 상품을 오는 20일까지 판매한다. 신협에서도 연 6% 금리인 적금 상품이 지점 곳곳에 등장했다.
은행권 역시 고금리 수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공시된 은행 정기예금 1년 만기 상품 37개 중 절반 이상(19개)이 연 4% 넘는 정기예금을 취급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상품 역시 모두 4%대에 진입했다. 지난달 초 5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시중은행 절반이 예금금리를 연 4% 이상으로 올리면서 저축은행과 예금금리 차이도 대폭 줄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12개월 만기)는 연 4.24%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요즘 거의 매일 수신금리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시중은행이 올리는 것에 따라서 저축은행 유동성에 변동이 생기기 때문"이라며 "5%대까지 올리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금융사 수신 경쟁 과열 양상이 재연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이 수신금리를 올리는 배경에는 100조원에 달하는 고금리 정기예금 만기가 이달 말 도래해서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경색되자 시중은행은 수신금리를 대폭 올리며 자금을 확보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도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당시 금융사가 예치한 예‧적금 1년 만기가 이달 말 본격적으로 돌아온다. 대규모 수신 재유치를 놓고 다시 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상호금융 관계자는 "작년에 있었던 고금리 예금 후속 효과"라며 "지금은 대출 수요를 충당하지 못해서 금리 경쟁을 통한 자금 유치라고 보긴 어렵고 작년에 판매한 고금리 예금 만기가 곧 다가오기 때문에 수신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고금리 수신 경쟁을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했지만 고금리 수신 경쟁을 막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4조6800억원을 기록하면서 은행채 금리(5년물)를 올해 가장 높은 4.7% 후반대까지 밀어올렸다.
수신 경쟁에 불이 붙는 그림은 시장에 작지 않은 불안감을 주고 있다. 수신금리 상승이 시차를 두고 대출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주택담보대출(변동형) 준거금리이기도 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 조달 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금리가 너무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은 감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