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백만원은 기본이고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자전거도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어 ‘자전거 타는 일이 과연 소박할까?’라는 의문은 든다. 하지만 자전거는 여전히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 중 하나다.
온몸을 감싸는 바람, 시시각각 바뀌는 풍경, 페달을 밟을 때의 희열까지. 저렴한 두 바퀴와 묵직한 프레임에도 라이딩의 기쁨은 깃든다. 특히 가을철에는 묵혀 놓은 자전거가 불현듯 떠오른다.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공기는 우리를 야외로 불러내고, 자전거를 타는 즐거웠던 지난 추억이 다시 소환된다.
이제 코스만 정하면 된다. 업힐(오르막) 구간은 초보자에게 무리다. 차를 타고 아주 멀리 떠나기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동네의 짧은 구간만 다녀오기엔 아쉽다. 수도권에서 여유롭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면 엄지 척!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평택이다.
◆ ‘자전차왕’ 엄복동이 자전거를 배운 평택
20세가 되기 전인 1910년 자전거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엄복동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각종 대회에서 일본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922년 경성시민 대운동회에서 일본은 본국 최고의 자전거 선수를 출전시켰지만, 엄복동이 우승할 기미가 보이자 일본 심판들은 ‘날이 저물었다’는 핑계로 경기를 중단시키는 일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2019년 작품)’은 대중으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았으나 생전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늘에는 안창남(한국인 최초 비행사), 땅에는 엄복동’이라는 말이 퍼졌고, 유행가까지 만들어질 정도였다. 2등 국민이라는 서러움 속에서 어두운 시절을 보내야 했던 조선 민중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 결과였다.
그의 숨결이 묻어 있는 평택이 국내에서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 초보자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평택강
잘 닦인 자전거 길은 거침없이 페달을 밟게 하고, 시원하게 흐르는 하천과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나무들이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한다. 가을철이면 코스모스와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피어나 화려한 볼거리도 선사한다.
◆ 캠프 험프리스 미군부대 지나는 자전거 길...이국적 풍경도 ‘만끽’
또 평택의 자전거 길은 미군 부대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지나는 특징도 있다. 울타리 너머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건축물들을 보면 마치 외국을 방문한 느낌이다. 미군으로 추정되는 건장한 외국인이 인사라도 건네오면 짧은 영어 실력에서 비롯된 외국 여행에서의 그 쑥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중간 중간 휴식 시설도 적절히 마련돼 있다. 자전거를 거치하고 쉴 수 있는 벤치, 잘 관리된 느낌의 공공형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은 물론 내리 문화공원처럼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내년에는 수변 공간인 오성 누리 광장과 창내습지생태축 등이 준공돼 평택의 자전거 길은 더욱 풍성해질 예정이다.
평택강 풍경이 유명해지면서 식당과 카페도 자연스럽게 많아지고 있다. 요즘 감성의 카페들이 많아져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여유를 즐기기에 좋다.
자전거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평택강 자전거 코스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운영 중이다. ‘두 바퀴의 행복 2호점’에서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무료로 자전거를 빌릴 수 있으니 천고마비의 가을, 살찐 허벅지에 긴장을 줘 보자.
◆ 평택호~한강까지 곧 자전거 길로 연결
해당 코스가 완공되면 총 길이가 100㎞를 넘고, 경기 남부권 시민들이 오갈 수 있어 더 많은 사람이 평택의 자전거 길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평택항, 진위천, 통복천, 안성천, 황구지천 등을 따라 마련된 자전거 길은 평택시의 큰 자산”이라며 “지금도 우리 시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비행을 즐기시는 분들이 평택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전거 길이 평택호를 따라 추가로 확장되고, 오성 누리 광장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될 예정으로 평택의 자전거 도로는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라며 “앞으로도 평택의 자전거 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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