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폭풍전야'] 최대 3000명까지? "결국 '증원 규모'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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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3-10-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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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명당 의사 2.6명, OECD 꼴찌 수준

  • 의료계와 수가 조정·인력 재배치 등 논의할 듯

사진경북대병원
[사진=경북대병원]
 
정부가 20년 가까이 풀지 못했던 난제를 마무리 지을 전망이다. 그간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공식화하면서다. 결국 이번만큼은 정부가 나서 의사 수 증원을 현실화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 시기와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있다. 정부는 이를 2025년 입시부터 1000명 이상 파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 내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지만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필수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가운데 관련 공식 발표를 앞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당초 19일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공식화할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으나, 의사 단체가 ‘총파업’을 언급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자 최종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사 수 증원’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꽤 확고하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최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의사인력전문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 치과의사 제외)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평균 3.7명에 못 미칠 뿐 아니라 자료를 제출한 30개 회원국 중 멕시코(2.5명)에 이어 둘째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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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 갈등 최고조···“진료 거부 등 ‘강력 투쟁’ 예고”

의료계는 당황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통보라는 점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긴급 대표자 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 의지를 다지는 등 긴장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일 경우 총파업에 들어갔던 2020년 8월 ‘집단 진료 거부 사태 재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증원 발표를 강행한다면 14만명의 의사들과 2만명의 의대생들은 3년 전보다 더욱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나 이와 함께 의료계 의견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의료계에 “인력 확충과 함께 추진할 정책 패키지 논의를 위해 구체적이고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수가 조정, 인력 재배치,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 의사단체 요구와 함께 어느 정도 선에서 의대 정원을 늘릴 것인지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구 대비 부족한 의사 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입학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 기울어져 있다. 실제로 국민 3명 중 2명은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인구 최대치가 전망되는 2050년 기준 2만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진료 과목별로 보면 2048년 기준 외과는 6962명, 신경과 1269명, 신경외과 1725명, 흉부외과 1077명 등의 의사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의대 정원의 매년 5%씩 증원 시나리오가 2050년까지 필요 의사 인력 충족에 가장 가까운 수치를 나타낸다”면서 “2050년 이후부터나 의료 서비스 수요 감소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은 위기에 몰린 지방 의료를 살리려는 취지도 포함한다. 이에 지방 국립대, 지역인재 전형으로 의대 정원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지역 양극화 심각한 수준···의사들 “마지노선은 대전” 얘기까지 

“그나마 마지노선은 ‘대전’.”


최근 의사들 사이에선 이 같은 말이 나온다고 한다. 지방의료원이 전문의 채용을 위해 3~4억원 수준의 연봉 조건을 내걸어도 지원자가 전무한 실정인 가운데 지방 근무 기피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A씨(41)는 “특히 30~40대 의사들은 연봉 등 파격 조건에도 지방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의사들 사이에선 그나마 서울에서 기차를 타면 1시간 정도가 걸리는 대전이 취업 마지노선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도권과 지방의 의사 인력 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가 서울은 전국 평균(2.18명)을 넘는 3.47명인 데 반해 경북은 1.39명으로 차이가 컸다. 충남(1.53명), 충북(1.59명) 등도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예로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올 1월부터 주 4일 단축 운영에 들어갔다. 전문의 5명 가운데 3명이 잇따라 퇴사해서다. 강원대는 2018년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1명도 충원하지 못했다. 현재는 전임교수보다 더 많은 연봉을 주고 계약직 의사를 고용해 진료를 보고 있다. 

지역별 의대 정원 편차도 크다. 전국 의대 40곳 중 8곳이 서울에 몰려 있는 실정이다. 

2021년 권역별 의대 입학 정원은 서울이 826명으로, 전체 의대 정원(3058명)의 4분의 1 이상에 달한다. 인구 1만명 당 의대 정원은 2021년 기준 서울 0.87명으로 전국 평균(0.59명)의 1.5배에 달한다. 경기(0.09명), 경북(0.19명), 경남(0.23명) 등은 서울과 비교하면 아주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수를 늘려 필수 의료나 지방 병원으로도 의사들이 이동하는 ‘낙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지방 의대 중심의 정원 확대 방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 국민 불편이 지속하는데 환자의 진료받을 권리를 국가가 외면하면 안 된다”면서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고무적이다. 의료계 반대에도 이번에는 1000명 이상 파격적인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 남아 일할 확률은 수도권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일할 확률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의 지역 근무 현황 및 유인·유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 광역시·도에 있는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각각 60%, 40%가량이었다. 반면 수도권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일하는 비율은 1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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