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9%를 돌파하고 5%에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국채 금리는 시장의 유동성을 좌우하는 만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의견에 힘이 실린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연 4.97%까지 상승하며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시사 후 4.5%를 넘었고 이후에도 가파르게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타 만기의 국채 금리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25%를 웃돌아 2006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도 각각 4.98%, 5%대로 뛰었다. 해리스 파이낸셜의 제이미 콕스 파트너는 CNBC에 "시장은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채 금리의 상승세는 최근 들어서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가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영향을 줬다. 이날 공개된 연준 베이지북은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고용이 '약간'에서 '중간' 정도로 증가했다"며 임금은 "전체적으로 '완만한' 수준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가 높아졌음에도 고용이 이어지고 성장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전날 공개된 9월 미국 소매 판매 증가율이 전달 대비 0.7% 증가로 시장 전망치(0.3% 증가)을 크게 웃돈 점도 금리를 끌어올렸다.
국채 금리가 뛰면서 증시에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3대 지수가 모두 밀린 가운데 성장주가 많은 나스닥이 1.62%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그 외 미국 모기지 금리도 6주 연속 상승해 200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국채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튀어오르자 연준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하커 총재는 "지금의 고금리 상황에서 생존할 수 없는 기업들이 걱정된다"며 "앞으로 몇 달간 경제를 지켜본 뒤 결정하자"고 말했다.
시장도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 CME 페드워치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93.9%까지 반영하고 있다. 12월 FOMC 역시 기준금리 동결을 가장 높게 본다.
다만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과 별개로 국채 금리 상승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돌파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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