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 규모에 달하는 '사우디 특수'가 본격 시작됐다. 2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 정부와 기업이 156억 달러(약 21조원) 규모 양해각서(MOU)와 계약 50여 건을 추가 체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 방한 당시 체결한 약 290억 달러(약 39조원) 규모 MOU 계약과는 별도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경제와 인프라 협력, 산업 고도화 강화,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최 수석에 따르면 양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해 양국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당시 체결된 290억 달러 규모 계약과 MOU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9조원 규모 석유화학 '샤힌 프로젝트' △스타트업 벤처 육성 1억6000만 달러 공동펀드 조성 등이다. 최 수석은 "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290억 달러 중 약 60% 이상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가시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네옴(NEOM)시티' 참여에 대한의 관심을 왕세자에게 요청했다. 네옴시티는 5000억 달러(약 676조원)가 투자되는 사우디의 메가 프로젝트로 우리 기업들은 그중 약 250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양 정상은 최근 이스라일·하마스 간 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해진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사우디는 '세계 1위' 원유 수출국으로 세계 석유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차질 없는 원유 공급과 국제 유가 안정은 우리 국민의 민생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국석유공사는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Aramco)와 530만배럴 규모의 '원유 공동 비축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까지 울산 비축 기지에 저장해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석유 수급 비상시에 비축된 아람코 원유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5년 임대 기간 동안 대여 수입도 보장받게 됐다.
양 정상 임석하에 MOU 2건이 체결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에너지부 간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 양국 통계청 간 '통계 분야 협력에 관한 이행 프로그램 약정서'다.
특히 수소는 원하는 때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고 대용량‧장기간 저장도 가능해 가장 이상적인 무탄소 재생에너지원 중 하나로 꼽힌다. 사우디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면서 세계 최대 수소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수소차와 연료, 전지 등 수소 기반 산업 최선도국이어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은 매우 크다.
최 수석은 "양국은 청정수소 생산·유통·활용 등 밸류체인별로 워킹그룹을 운영해 양국 기업 간 협력 과제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번 정상회담 성과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연이은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 중동 특수를 통해 경제 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다"면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 경제 여건과 우리가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1호 영업사원'인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은 "첨단 기술력과 성공적인 산업 발전 경험을 보유한 한국과 풍부한 자본,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우디가 만나면 양국 경제협력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양국 발전의 시너지를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사우디 순방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 뛸 운동장을 넓히는 데 맞춰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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