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시장이 갈수록 커지면서 대체육 상품군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도 비건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일PwC가 올해 발간한 대체식품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96억2000만 달러(한화 약 13조원) 수준이던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178억6000만 달러(약 24조15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식품은 식량 안보, 동물 복지, 환경 보호 등 공공성 이슈와 맞물리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체 수산물, 식물성 제품, 대체유 등 푸드테크 산업을 이끌어갈 다양한 제품이 출시됨에 따라 소비자 선택 폭도 확대되고 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 적극 활용…식물성 만두로 글로벌 시장 ‘노크’
먼저 CJ제일제당은 해외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자사 브랜드인 ‘비비고’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비건 식품에서도 편의성을 높인 식물성 트레이만두로 글로벌 비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말 식물성 식품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은 ‘플랜테이블’ 브랜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비비고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올해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유럽 비건 인증인 ‘V라벨’로 브랜드 신뢰도를 높였고, 맛은 물론 건강을 챙길 수 있는 ‘K-만두’ 제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23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식물성 트레이 만두 2종을 영국, 호주, 싱가포르에 출시했다.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비비고 잡채 찐만두’, ‘비비고 청양고추 찐만두’ 2종으로, 각 국의 대형 유통채널 위주로 판매된다.
글로벌 소비자에게 K-푸드 메뉴로 인기 있는 잡채와 한국 대표 고추로 매운 맛을 살린 소를 채워 K-플레이버(K-Flavor)를 강화했다. 기존 파우치 제품과 달리 트레이에 담아 전자레인지 조리로 더욱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 식물성 트레이 만두는 현지 소비자 반응을 살핀 후 수출 국가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3분기까지 식물성 만두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늘었으며, 수출 국가는 현재 유럽, 호주, 인도, 아프리카 등 30여개국이다.
또한 CJ제일제당은 ‘식물성 대체유’ 사업 전문 브랜드 ‘얼티브(ALTIVE)’를 지난해 론칭하며 유제품 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얼티브 오리지널’ 제품의 경우 현미와 완두 단백질을 혼합해 기존의 고단백, 고칼슘 특성은 유지하면서, 국내산 현미액을 사용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맛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대두 알러지나 유당불내증을 앓는 사람도 마실 수 있고, 무균충전 공정을 사용해 유통기한이 7개월에 달한다. 이 제품 역시 유럽 비건 인증 V라벨도 획득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CJ제일제당은 신제품 5종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장한 데 이어 얼티브 비건 프로틴 2종(초코·커피맛)을 편의점에 입점시키는 등 향후에도 판매처를 꾸준히 확대하는 중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건강·친환경 트렌드 확대에 맞춰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 또한 확대되는 추세”라며 “차별화된 R&D·제조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회사의 입지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이어 유아왓유잇 론칭…온·오프 채널로 고객과 접점
신세계푸드는 최근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론칭하며, 본격적인 대안식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는 의미를 담 유아왓유잇은 식물성 대안식 분야에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신세계푸드가 야심차게 준비한 오프라인 레스토랑이다.
신세계푸드는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유아왓유잇 레스토랑과 함께 올해 말까지 푸드트럭을 통해 ‘2030세대’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장소로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유아왓유잇 브랜드 론칭 첫 제품으로 런천 김치덮밥, 볼로네제 라자냐, 라구 리가토니 등 ‘식물성 간편식(PMR)’ 3종도 출시했다. 신세계푸드는 앞으로 유아왓유잇을 통해 2021년 론칭한 대안육 ‘베러미트’를 비롯해 독자적 기술로 개발한 식물성 소스, 식물성 치즈, 오트밀크 등 소비자가 일상에서 대안식을 간편히 즐길 수 있도록 건강과 가치를 담은 메뉴들을 꾸준히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2월에 컬리 등 온라인 채널 판매를 시작하고, 4월에는 대안육을 활용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메뉴를 구내식당에 공급하는 ‘베러위크’ 캠페인을 펼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프리미엄 간편식 브랜드 ‘올바르고 반듯한’을 론칭하고 이 브랜드로 대안육 간편식인 핫도그, 만두, 미트볼 소스를 내놓기도 했다. 베러미트 콜드컷 토스트와 베러미트 버거, 베러미트 미트볼 크로아상 등 대안육 베이커리류 역시 개발했다.
신세계푸드는 매출의 40% 가까이가 단체급식에서 나오는 만큼 기존 사업과 식물성 식품 사업을 최대한 연계하고 있다.
노브랜드버거, 데블스도어, 베키아누보 등 기존 외식 브랜드와 메뉴를 연계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베러 버거에는 100% 식물성 버거 빵 ‘베러 번’과 식물성 대안육 베러미트로 만든 ‘패티’가 사용됐다. 베러 버거 경우 약 200개 노브랜드 버거 가맹 점포에서 판매한다. 캔 햄 제품과 간편식은 SSG닷컴과 이마트 매장, 네이버스마트 스토어에서 취급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블랑제리·이베이커리의 대안육 빵 제품은 이마트 매장 내 베이커리 코너에서 판매해 왔다.
식물성 ‘치즈’와 베러미트 다짐육을 사용한 식물성 볼레네제 ‘소스’까지 버거용 4대 식재료 모두 신세계푸드가 자체 개발한 식재료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앞으로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식물성 대안식을 맛있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음식으로서의 맛과 품질뿐만 아니라 건강과 가치를 담은 유아왓유잇 식물성 대안식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비건 화장품도 인기…올해 글로벌 시장규모만 20조원 달해
먹는 음식뿐만 아니라 ‘바르는’ 비건 화장품도 유행이다.
미국 그랜드뷰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약 20조6400억원이다. 2010년 중반 이후 연평균 6.3%씩 성장해 2025년에는 25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환경을 생각한 윤리 소비를 실천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한국 비건인증원과 영국 비건협회, 프랑스 비건협회 등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인증을 받은 화장품에 올리브영만의 비건뷰티 인증 로고를 표기하고 있다.
실제 올리브영 비건뷰티 입점 브랜드 중 하나인 ‘디어달리아’는 이미 165억원의 신규투자를 받으며 ‘K-뷰티’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다. 럭셔리 비건 뷰티 브랜드로 유럽 현지에서 특히 인기가 많다.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파리 샹젤리제, 니스 등 지점에 입점해 매출 최상위권 유지할 정도로 화장품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뷰티업계는 이미 2016년부터 동물실험을 화장품법으로 금지해왔으며 최근에는 콜라겐, 글리세린 등 동물성 원료 사용도 일절 금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년 비건 기초화장품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론칭했다.
화장품 ODM 기업 코스맥스는 프랑스 비건 인증기관으로부터 아시아 첫 화장품 생산설비 비건 인증을 받았다. 한국콜마 역시 비건 인증을 받은 기초 화장품과 색조 라인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8월 한국 비건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비건 메이크업 라인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한편 2023년 10월 빅데이터 비건 화장품 브랜드 평판 분석 결과, 러쉬가 1위를 차지했다. 아로마티카와 아떼가 각각 2, 3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는 국내 비건화장품 브랜드 30개에 대한 지난 한 달간 소비자들의 브랜드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비건 열풍이 화장품까지 번지고 있다”면서 “가치 소비라는 소비 트렌드에 맞춰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