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일제히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선 이들이 대손충당금을 얼마나 쌓느냐가 수익성 향배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은행권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매각 등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보수적인 대손충당금 책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결정하고 시행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이어서 관련 압박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3일 금융권 일각에서는 올 3분기 4대 금융지주가 쌓은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6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손충당금은 금융기관이 대출·채무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놓은 금액을 말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이들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3조924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7334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바 있어 관련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지원 종료 후 연체율 부실 확대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차주 상환 능력이 악화되면서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9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 대출 연체율은 평균 0.31%로 전년 동기(0.18%)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털어내고 있는 점도 대손충당금 적립을 높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힌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들은 부실채권 3조2201억원 규모를 상각 또는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1조5406억원) 대비 2배 이상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1억원)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부실채권 매각·상각은 금융기관이 채권 회수를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은행권은 여신을 장부에서 상각해 없애는 과정에서 그 손실을 미리 잡아뒀던 대손충당금으로 상쇄한다. 또한 담보를 보유한 대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매각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은행권은 연체율 등을 낮춘다. 하지만 이는 장부상 표면적인 단기 처리 과정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부실채권이 많을수록 이익을 떼 충당금을 그만큼 많이 쌓아둬야 한다. 따라서 대손충당금이 많이 잡힐수록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은행권에서는 말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예고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앞두고, 금융지주들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당국은 금융감독원 평가 결과 등에 비춰 향후 은행에 예상되는 손실 대비 대손충당금 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은행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당국의 '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앞두고 있어 금융지주들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해당 규모가 늘어날수록 순익이 감소하고 주주들에 대한 배당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커 고금리 시국에 대손충당금 책정을 놓고 금융지주들의 고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익 전망치는 4조3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실제 순익(4조8876억원) 대비 10%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주별로는 신한금융이 1조2345억원으로 22.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역시 각각 9552억원, 8475억원으로 14.9%, 5.8% 감소가 예상됐다. 반면 KB금융은 1조3662억원으로 7.2%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 이익 증가가 이를 뒷받침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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