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숍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티타임은 오전 6시 33분. 전날 늦은 시간 인터넷으로 예약했다. 예약은 간단했다. 빈 시간을 누르고 결제하면 된다. 가격은 43호주달러(약 5만8000원).
프로숍 앞에서 티타임을 기다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덩그러니 방치된 트롤리(손 카트)에 백을 싣고, 처마 밑으로 향했다.
한 골퍼가 차에서 백을 내리더니 우산을 쓰고 1번 홀로 걸어갔다. 바로 티샷을 날렸다. 그 역시 스코어카드를 받지도, 프로숍에 들르지도 않았다. 진정한 대중 골프장이다. 코스 관리를 위해 존 디어를 탄 한 직원이 그냥 티샷을 하라고 했다.
골프대회를 치르기에는 짧은 전장이지만, 시내 공원 골프장 치고는 길었다. 동틀녘 1번 홀 티잉 구역에 섰다. 파4 352야드(321m). 티도 나이, 성별, 실력에 따라 나뉘었다. 두 번째 샷 지점에 있던 사람이 바삐 움직인다. 그린에 당도하는 걸 보고 티샷을 했다. 날아간 공이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졌다. 첫 스윙이 가운데로 가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페어웨이와 러프는 터프했지만, 티잉 구역과 그린은 잘 정비돼 있었다. 특히 그린은 놀라울 정도였다. 공이 낙하한 지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평평했다. 공의 구름 역시 매끄러웠다. 그린 스피드는 10피트(3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홀마다 조금씩 달랐다.
전반 9홀은 호수를 옆에 끼고 쳤다. 강을 따라서 굽이굽이 걸었다. 멜버른 스포츠 센터와 심(건 아일랜드)이 배경으로 깔렸다. 10번 홀로 향했다. 숲속 파3. 날린 공이 그린 왼쪽으로 향했다. 어프로치에 이은 파.
이날 갤러리는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새다. 등은 흰색이고, 앞은 검은색이었다. 부리부리한 붉은 눈으로 퍼팅을 쳐다봤다. 부담스러운 눈빛이라 보기를 적었다.
18번 홀로 향했다. 가는 길에 레슨프로가 연습하고 있었다. '이 시간에, 이 비에 공을 치는 사람이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두 번째 샷을 칠 때쯤 하늘이 환해졌다. 시계를 보니 오전 9시를 넘긴 시간. 그린에서는 실수가 나왔다. 깃대를 훌쩍훌쩍 넘기다가, 간신히 공을 넣었다.
18홀 라운드가 종료돼도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번 홀 티잉 구역에는 이제야 티샷을 준비했다. 프로숍 문이 열려 있었다. 주인은 환한 미소로 "잘 쳤어? 자느라 늦게 나왔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강아지도 졸린지 하품했다. 손 카트 사용료를 묻자, "무료"라며 "다음에 오면 꼭 일찍 열어줄게"라고 했다.
라커룸은 화장실 안에 있었다. 샤워 부스는 한 개다. 물건을 둘 곳은 없다. 휴지로 비 맞은 부위를 쓱쓱 닦았다.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우버를 불렀다. 10호주달러(약 8500원)였던 금액이 돌아갈 때는 40호주달러(약 3만4000원)였다. 출근시간 정체가 심하기 때문이다. 5분 거리를 25분이나 걸렸다. 우버 비용이 18홀 라운드 비용과 맞먹었다.
방에 도착하자마자 채를 모두 꺼냈다. 씻고, 닦고, 말렸다. 샤워도 했다. 채도 몸도 비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비 오는 날 시내 한복판에서의 나 홀로 라운드는 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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