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다른 듯 같은 무능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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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11-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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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 무능으로 인한 피해자는 팔레스타인 주민

  • 주민들이 꼽은 시급한 문제는 이스라엘과 저항 아닌 부정부패·빈곤 해소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10월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집을 떠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파괴된 집을 떠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세 번째 단계는 가자지구에 새로운 안보체제를 만드는 것. 가자지구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없애는 것. 이스라엘인과 (가자지구 주변) 주민을 위한 새로운 안보 현실을 만드는 것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서 밝힌 가자지구 전쟁의 최종 목표다. 앞선 단계에서 '하마스 격퇴', '저항세력 제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종 목표는 사실상 하마스 없는 새 안보체제의 설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마스를 대체할 정치세력을 만들고 가자지구에서 빠지겠다는 의미다. 

하마스가 빠진 자리를 채울 정치세력으로 외신과 전문가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지목했다. 온건주의 정당 파타(Fatah)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이 PA를 이끌고 있다. 

언뜻 보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합리적인 세력으로 보인다. 테러를 투쟁방식으로 사용하는 무장정파 하마스에 비판적이다. 폭력 투쟁 대신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한다. 아바스 수반은 개전 이후 해외 정상과 만나 "군사적 해결책이 아닌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도 자세히 보면 하마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PA 역시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 2005년, 4년 임기 대통령에 당선된 아바스 수반은 현재까지 18년째 선거 없이 집권 중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던 원조금은 그의 집권 아래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스라엘군에는 미온적인 반면 자신에게 비판적인 시민들에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하마스의 빈 자리를 파타가 대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난 9월 팔레스타인 정책 조사연구소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주민 12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십수년째 제대로된 선거가 없는 팔레스타인에서 그나마 민의를 알 수 있는 방법이다. 전체 응답자 중 44%가 하마스와 PA 모두 팔레스타인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하마스 대신 파타가 집권해도 삶이 나아진다고 보지 않는 것이다. 

정치 무능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단연 팔레스타인 주민이다. 지난 9월 설문조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꼽은 시급한 사회문제는 부정부패(25%), 실업과 빈곤(24%)이었다. 이스라엘의 점령(17%)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정치세력이 없는 팔레스타인에서는 엉뚱한 사람들만 죽고 있다. 이날 기준 가자지구 사망자는 9000명을 넘어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동안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주검으로 변했다. 가자지구가 이제 '어린이 묘지'가 되어간다는 말이 들린다. 팔레스타인에 민의를 대변할 제대로 된 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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