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가 최장기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키움증권이 회수 가능한 미수금은 1000억원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키움증권에 대한 투자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투자 보유 목적은 크게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권 참여로 나뉜다.
단순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줄 의사가 없고 단순 의결권 행사와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와 마찬가지로 경영권에 영향을 줄 의사는 없지만 배당 요구, 정관 변경, 임원 해임, 보편적 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 적극적 주주활동을 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26일 기준 키움증권 지분 11.2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주주활동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건 키움증권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미수금이 4943억원 발생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지난달 23일 하루 만에 키움증권 주가는 24%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영풍제지가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어 미수금 회수 가능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영풍제지 주가가 5700원이면 키움증권 손실액이 397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월 발생한 키움증권의 CFD 관련 손실 약 800억원도 아직 전체 회수하지 못한 점을 볼 때 이번 사태로 인한 미수금 회수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키움증권 단기 실적 악화도 불가피하다. 키움증권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는 428억원이다. 올해 1분기 3889억원, 2분기 180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2038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급감한 수치다.
문제는 영풍제지 매도 잔량이 여전히 쌓여 있다는 점이다. 영풍제지 매도 잔량은 2878만주에 달해 하한가가 풀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도 잔량은 지난달 30일부터 2000만주 이상으로 급증했다. 최대주주 반대매매 물량이 출회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제지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금융권에 담보로 잡힌 대양금속의 영풍제지 주식이 시장에 쏟아졌다. 모회사인 대양금속은 영풍제지 주식을 담보권 실행으로 처분한다고 지난달 30일 공시했다. 담보권이 설정된 영풍제지 주식은 1479만1667주다. 영풍제지 전체 상장 주식 중 31.82%를 차지한다.
매수 주체는 없어 영풍제지는 또다시 하한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풍제지 하한가 횟수가 많아질수록 키움증권 손실액은 커지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도 잔량만 쌓이는 상황에서 저가 매수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또 한번 하한가 가능성이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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