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들이 '핼러윈'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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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11-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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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로코로나 풍자한 방역요원

  • 증시 폭락에 절망한 개미투자자

  • 각종 사회 풍자 코스프레 '눈길'

  • 핼러윈이 청년층 사회 불만 분출구로

사진트위터
지난달 31일 상하이 핼러윈데이 축제에서 코로나19 방역요원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트위터]

제로코로나 방역의 상징인 핵산(PCR) 검사 방역요원, 눈밑으로 다크서클이 가득한 ‘을(乙)' 노동자, 증시 폭락 그래프를 목에 걸고 손에 부추를 쥔 개미투자자···.

지난달 31일 핼러윈데이를 맞아 중국 상하이에서는 사회 풍자 메시지를 담은 코스프레로 한껏 꾸민 젊은 층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중국에서 핼러윈 축제가 청년층의 사회적 스트레스 해소의 분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대표 소셜미디어인 웨이보나 해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서 가장 눈길을 끈 중국 핼러윈데이 코스프레는 제로코로나 방역의 상징인 핵산검사 요원 '다바이(大白)'였다. 흰색 방역복을 입은 청년들은 면봉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핵산검사를 하는 시늉을 한 것이다.
중국 고등학교 수험생을 코스프레 한 청년 교복을 입은 채 손에는  5년수능 3년모의 교재를 들고 다크서클이 눈밑까지 내려와 초췌한 모습이다  사진웨이보
중국 고등학교 수험생을 코스프레한 청년. 교복을 입은 채 손에는 '5년 수능, 3년 모의' 교재를 들고 다크서클이 눈밑까지 내려와 초췌한 모습으로 분장했다. [사진=웨이보]

‘5년 수능·3년 모의(5年高考3年模擬)’라 적힌 교재를 들고 교복을 입은 채 얼굴엔 다크서클이 가득한 고등학생 수험생 코스프레도 있다. 중국에서 ‘5·3’이라고도 불리는 ‘5년 수능, 3년 모의’ 교재는 최근 5년간 대학 수능시험 기출문제와 전국 주요 고교의 최근 3년간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담은 고등학생의 필수 문제집이다. 학업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수험생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중국 인기 왕훙인플루언서 리자치를 풍자한 코스프레 사진웨이보
중국 인기 왕훙(인플루언서) 리자치를 풍자한 코스프레. [사진=웨이보]

중국서 ‘립스틱 오빠’라 불리는 인기 왕훙(인플루언서) 리자치의 가면을 쓰고 “뭐가 비싸냐(哪裏貴)”라고 쓰여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코스프레도 눈에 띄었다. 얼마 전 리자치가 라이브방송에서 중국 모 화장품 브랜드 아이브로우를 79위안(약 1만4600원)에 팔던 중 “비싸다”는 시청자의 불만에 “돈을 못 버는 당신의 문제”라고 비난했다가 뭇매를 맞은 사건을 풍자한 것이다. 
중국증시 폭락 그래프를 프린트 한 현수막을 내걸고 손에는 부추를 쥔 채 개미투자자의 절망을 표현한 코스프레 사진웨이보
중국증시 폭락 그래프를 프린트한 현수막을 몸에 걸고 손에는 부추를 쥔 채 개미투자자의 절망을 표현한 코스프레. [사진=웨이보]

상하이종합지수 3000선 붕괴 하향 그래프 곡선을 프린트한 현수막을 몸에 걸고 한 손에는 부추를 쥔 모습의 코스프레도 있었다. 중국에서 부추는 개미투자자를 상징한다. 윗 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라나는 부추처럼 증시에서 투자 '큰손'인 기관과 외국인에게 매번 '베인다', 즉 이용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명이다. 최근 증시 붕괴 속 절망에 빠진 개미투자자를 표현한 분장이다.

미국 매체 미국의소리(VOA)는 이밖에도 중국 당국의 검열 대상인 곰돌이 푸 분장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풍자하거나 국화꽃 화환으로 온몸을 감싼 채 리커창 전 총리의 사망을 애도하는 코스프레도 있었다고 전했다. 곰돌이 푸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동화 속 주인공 곰돌이 '푸'와 푸의 호랑이 친구 '티거'와 닮았다는 풍자에서 시작되어 이후 반중(反中)의 상징적 캐릭터가 됐다.
 
을乙 노동자의 고통을 표현한 코스프레 사진웨이보
'을(乙)' 노동자의 고통을 표현한 코스프레. [사진=웨이보]

중국에서 한때 핼러윈데이는 서구문화의 침투로 여겨져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품고, 심지어 일부 도시에선 핼러윈 축제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저녁 상하이 시내 번화가인 화이하이루(淮海路)와 쥐루루(巨鹿路)에는 핼러윈 분위기를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 붐볐다고 홍콩 명보는 1일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인파 밀집을 막기 위해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화이하이루 지하철역은 폐쇄됐을 정도다. 

중국 관변논객으로 잘 알려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인 후시진은 핼러윈데이와 관련해 “올해 상하이 청년들은 '중국식' 핼러윈 코스프레를 선보였다”며 다양한 현실 인물과 문화적 상징을 모방한 모습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상하이 핼러윈데이의 '중국화'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 청년들도 구속·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정서를 분출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며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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