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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MSCI와 바꾼 공매도 금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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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레 기자
입력 2023-11-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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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와 국회의사당 모습 사진픽사베이
서울 여의도 증권가와 국회의사당 모습 [사진=픽사베이]
국내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던 공매도 거래가 내년 상반기까지 중단된다. 역사 상 네 번째다. 올해 국정감사를 통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 의견이 나온 이후 여당 정책위원회가 대통령실에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건의하며 급물살을 탄 결과다. 

지난 5일 정부서청사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 하에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며 "공매도 금지기간 중 정부는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매도 제도 전반에 걸쳐 전향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금융감독원 수사로 적발된 게 발단이 됐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부터 5월까지 카카오 등 총 101개 종목 대상 400억원을, HSBC홍콩법인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가량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무차입 공매도는 우리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거래 행위다. 통상 무차입 매도 후 거래일 기준 2일 안에 주식을 빌리든 또는 매수하든 해서 입고를 시켜놔야 하는데 과거부터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됐던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결정적으로 지난 2000년 발생한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성도ENG 결제불이행 사건이 단초가 돼 전면 금지됐다. 결국 이를 계기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본격적으로 불 붙었다.

정부여당이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금융당국은 급하게 정책 방향을 수정한 모양새다. 그간 금융당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의식해 공매도 '전면 재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었다. MSCI는 선진국지수 편입 요건으로 공매도 전면 재개를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장기적으론 공매도 전면 재개 방향으로 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고, 이복현 금감원장도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불안감이 사라졌을 때 공매도 재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여당이 공매도 금지 카드를 꺼내들면서 금융당국도 정책 방향을 급하게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제도 개선을 넘어선 일시적 공매도 거래 중단 조치에 대해서는 우려스러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공매도 폐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숙원이나 다름없다. 누군가가 보유 재산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당연히 반길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적으로 공매도 거래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는 작금의 현실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불법 시세조종에 멍들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지난 4월 라덕연 일당 사건, 6월 바른투자연구소에 이어 영풍제지 사건까지 세 번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된 2020년 경부터 주가조작을 준비해 최근 모두 적발됐다. 장기간 공들여 범죄 행위를 기획한 것이다. 특히 주가조작 타깃이 된 14개 종목 가운데 11개 종목이 공매도 거래가 제한된 종목이다.

공매도 거래가 가능했다면 투자자 피해가 이렇게까지 확대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개인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공매도의 대표적인 순기능인 가격발견 기능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내년 정치적 큰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정치인 입장에서 여론을 거스르기가 쉽지않은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또 다른 주가조작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노파심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그동안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았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정부와 금융당국, 유관기관, 관련 업계가 합심해 성찰하고 BNP파리바 홍콩법인과 HSBC홍콩법인 같은 불온 세력이 우리 자본시장에서 다시는 범죄 욕구가 들지 않게 강력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게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시급했다. 

대규모 해외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포기하는 대신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결정한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불법 행위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라도 공고히 해야 한다. 500억원 넘는 불법 공매도 거래가 추후 재발한다면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를 두고 포퓰리즘성 정책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국내 자본시장의 손해도 막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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