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서 개막한 제6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CIIE)를 계기로 중국 지도부가 자국 대외개방 의지를 적극 내비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수요 둔화로 디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지속적인 물가 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가 지정학적 갈등과 국가 안보 강화 등으로 외국기업의 탈(脫)중국화 흐름이 거세진 가운데서다.
외국기업 脫중국화에···개방 의지 내비친 中지도부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오전 열린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전 세계 급변하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도 중국 대외 개방의 발걸음은 멈춘 적이 없고, 세계와 발전 기회를 함께 공유하겠다는 결심은 변한 적이 없다"며 "중국의 대외 개방의 대문은 점점 더 커지고 넓이와 깊이도 점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특히 그는 "세계 경제 회복 동력이 부족하고 경제 세계화 흐름이 역행하고 있다"며 "개방·협력·상생만이 가장 현명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임을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각국과 함께 개방의 큰 무대에서 서로 발전하면서 경제 세계화 발전의 큰 흐름을 꽉 잡길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더 열린 마음과 행동으로 '구동존이(求同存異,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공통점을 추구하자)'와 '구동화이(求同化異, 공통점은 추구하면서 차이를 완화하자)'하면서 글로벌 시장 파이를 더 크게 만들고 글로벌 협력을 활성화해서 세계 개방 경제가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가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외자기업의 잇단 탈중국 움직임 속 중국 지도부가 대외 개방 의지를 피력하며 외국 투자자들의 불안감 불식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실제 이번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미국 뱅가드와 글로벌 여론조사 및 컨설팅업체 갤럽이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혔다. 최근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 중국 경제 불확실성, 중국 정부의 반간첩법 시행 등 국가안보 강화 움직임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 박람회 개최 기사를 게재해 “중국은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방을 확대하고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인 글로벌 최고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정 중국 국가 부주석이 스테판 하퉁 독일 보쉬그룹 회장을 만나 대외 개혁개방 의지를 피력하면서 다국적기업의 중국 투자를 환영한다고 밝혔다는 기사도 함께 게재했다.
중국 상무부도 박람회 개최 이틀 전부터 상하이에서 외자기업 원탁회의를 잇달아 열고 기업인들의 애로사항과 의견을 적극 청취했다. 상무부 부부장이 직접 자동차 및 소비재, 서비스무역, 혁신인큐베이터, 식품 및 농산품, 기술장비 등 5개 부문에서 특별 원탁회의를 주재해 88개 외자기업 대표들과 만나 교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이 자리에서 링지 상무부 부부장은 "다국적 기업이 더 많은 고품질 제품·기술·서비스를 중국에 도입하고 중국 시장의 발전 기회를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국 지도부는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중국 국영중앙(CC)TV는 3일 저녁 7시 메인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에서 정산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 특별 인터뷰를 보도했다. 정 주임은 인터뷰에서 “중국이 중점적으로 내수 소비를 확대해 유효투자를 확대하고, 대외무역과 외자의 펀더멘털을 안정시킬 것"이라며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할 것을 확신했다.
디플레 우려 속 경기 회복 더뎌···中 구매력 과시할까
중국국제수입박람회는 사실상 전 세계 각국이 물건을 들고 와 중국에 파는 행사다. 지난 5회 동안 누적 의향 거래액이 3500억 달러(약 471조원)가 넘는다.
‘새로운 시대, 미래를 공유한다’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박람회에는 128개 국가 및 지역에서 34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참가 기업 수가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지만, 실제 구매 계약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2019년 수입박람회를 통해서는 711억 달러어치 계약이 체결됐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10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달 초 발표된 중국 제조업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한 달 만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전환돼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 4일 막을 내린 중국 수출입상품교역전시회(캔톤페어) 성적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중국 대외수출 바로미터'로 불리는 캔톤페어는 지난 3주간 열린 행사 기간 동안 총 19만8000명의 바이어가 참석해 223억 달러어치 거래가 성사됐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70억 달러 적은 수준이다.
미·중 지정학적 역풍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균열, 대내외 수요 부진 등으로 중국 경기 회복이 좀처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새로운 시대, 미래를 공유한다’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박람회에는 128개 국가 및 지역에서 34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참가 기업 수가 지난해보다 소폭 늘었지만, 실제 구매 계약 규모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는 불확실하다. 앞서 2019년 수입박람회를 통해서는 711억 달러어치 계약이 체결됐다.
무엇보다 중국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블룸버그는 10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달 초 발표된 중국 제조업 경기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한 달 만에 다시 위축 국면으로 전환돼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냈다.
실제 4일 막을 내린 중국 수출입상품교역전시회(캔톤페어) 성적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중국 대외수출 바로미터'로 불리는 캔톤페어는 지난 3주간 열린 행사 기간 동안 총 19만8000명의 바이어가 참석해 223억 달러어치 거래가 성사됐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70억 달러 적은 수준이다.
미·중 지정학적 역풍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균열, 대내외 수요 부진 등으로 중국 경기 회복이 좀처럼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中시장 공략" 관계 껄끄러운 日·美·호주도 대규모 대표단 파견
그럼에도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 세계 각국 기업들의 노력은 이번 박람회에서도 이어졌다.
원전 오염수 방류로 중국의 비난 세례를 받은 일본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지난 8월 24일부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일본산 식품에 대해 100%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여파로 직격탄을 입은 일본 식품 수출기업들이 중국 공략에 나선 것이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를 주축으로 일본기업 150곳이 참가해 총공세를 펼친다. 식품 및 농산물, 소비재 전시관에 '일본관'을 마련해 수백여 종의 식음료를 선보인다.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200여곳 기업을 포함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박람회장을 찾았다. 최근 중국과 대화 모드를 이어가기 시작한 미국도 다수 미국 기업과 연방정부로 구성된 역대 '최강' 대표단을 파견했다. 미국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박람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도 역대 최대 규모로 참여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박람회는 무역협회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관으로 모두 212개 우리 기업들이 참여한다.
일각에선 올해로 6회째 열린 박람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주재 EU(유럽연합) 상공회의소는 3일 박람회를 "형식주의에 매몰된 정치적 쇼"라고 비판하며 "기업들의 비즈니스 자신감에 필요한 실질적인 성과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EU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박람회에 참가하는 유럽 기업 비중은 2018년 42%에서 32%로 감소했다. 1회 박람회 때는 유럽 기업의 절반이 거래를 체결했으나, 지난해 거래를 성사시킨 유럽 기업은 24%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싼 참가비, 낮은 비즈니스 가치, 정책 요인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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