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반도체, 자동차와 비교해 어떤 혁신을 했기에 60조원에 달하는 이자 이익을 거둘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일 서울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9개 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한 직후 백브리핑을 통해 금융권을 향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은행 뭐했기에 반도체·자동차 산업만큼 벌었나"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권을 향해 '종노릇' '독과점' 등 거친 언사를 내놓으며 은행권 이익 추구가 과도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원장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말을 이어갔다.
은행이 사회적 역할에도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은행 점포들이 사라지고 있는데 대부분 노인이나 금융소외층이 이용하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라며 "은행이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고통이 늘어나니 국회에서도 횡재세를 논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100개 종목에 무차입 공매도, 제도 개선 시급"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임시 금융위원회 회의를 열고 코스피·코스닥·코넥스에 상장된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 금지를 의결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였지만 급하게 선회했다.
총선이 5개월 남은 시점에 일각에선 표심 잡기 정책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원장은 "불법 공매도가 보편화돼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했다"고 답변했다.
이 원장은 "(공매도 실태에 대해) 비유를 하지만 깨진 유리가 많은 도로가 아니라 주변 유리가 다 깨져 있다고 할 정도"라며 "코스피, 코스닥 가리지 않고 100여 개 종목이 무차입 공매도 대상이 된 것을 포착해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도 문제지만 사실 국내 거래소에서 증권사들이 창구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해외 IB) 운영되기 힘든데 증권사들이 과연 공매도 주문을 넣는 과정에서 제 역할을 했는지 매우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공매도 전면 금지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MSCI) 편입 자체는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고 답변했다.
그는 "우리가 신뢰를 얻어야 할 대상은 외국인, 기관뿐 아니라 개인"이라며 "외국인, 기관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국내 시장이 뉴욕이나 런던시장보다 매력적일 수 있고 향후에는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당하다면 왜 이제 와서 수수료 체계 개편하나"
카카오모빌리티 불공정 거래와 관련해선 다시 한번 수위를 높였다. 금감원은 지난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회사와 이중계약을 체결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감리했다.
이 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합의한 것이(실질적 회계원칙이) 맞는다면 왜 이제 와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하는지 의문"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 매출액을 높이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부분에 반영을 안 하겠다고 밝힌 만큼 증권신고서 등 관련 서류들을 잘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계법인 스스로 내부통제 강화해 달라"
한편 이 원장은 이날 회동한 회계법인 CEO들에게 회계법인 차원에서 기업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적발된 공인회계사 가족 허위 채용, 주가 조작 연루, 감사정보 유출 등 부정행위는 회계업계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회계법인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소속 구성원 윤리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회계법인의 높아진 사회적 책임에 걸맞은 합리적인 감사업무 관행을 정착시켜 나갈 것을 요청했다. 금융감독원과 4대 회계법인이 마련한 '감사업무 관행 개선 방안' 이행 노력이 회계업계 전체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감사인 지정비율 적정화 등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충실히 이행해 외감법을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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