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이의 브랜드이야기] 여행용 가방으로 시작해 명품의 대중화 이룬 '루이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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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3-11-0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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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대 명품으로 불리며 명품 단일 브랜드 최고 매출 기록하기도

  • 여행용 트렁크 만들던 브랜드에서 명품 패션 하우스로 등극

  • LVMH 아르노 회장 만나 대중성과 수익성 모두 실현한 브랜드

루이 비통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루이비통코리아
루이 비통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루이비통코리아]

국내에서 에르메스, 샤넬과 함께 ‘3대 명품’으로 통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이다. 루이 비통은 입점 기준이 까다롭다.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지 않고 팔리지 않는 재고품은 소각해 버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명품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한 루이 비통. 이 브랜드의 시작을 아시는지. 한때 단일 브랜드로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명품의 대중화’를 이끈 루이 비통의 역사는 ‘여행용 트렁크’에서 시작됐다.
 
◆목공 집안에서 태어난 루이 비통, 프랑스에서 ‘패커’로 활약
1821년 프랑스 안쉐 마을의 한 목공 집안에서 태어난 루이 비통은 어릴 때부터 목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목공 기술을 익히게 된다.
 
루이는 1835년 무작정 집을 떠나 평소 동경하던 파리로 떠난다. 목공 작업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던 루이는 파리의 실력 있는 트렁크 제조자인 무슈 마레샬의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루이 비통 브랜드 창업자인 루이 비통 사진루이 비통
루이 비통 브랜드 창업자인 루이 비통. [사진=온라인 캡쳐]
당시에는 마차나 기차가 주요 운송수단이었기에 여행 트렁크가 필수였는데 기차에서 트렁크가 파손되는 일이 잦았다. 이에 여행객들은 무슈를 찾아와 개인 소지품을 보호하며 짐을 쌀 수 있는 방법을물어보곤 했다. 여기서 견습생 루이의 능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루이는 어린 나이부터 꼼꼼하게 짐을 싸고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루이는 귀족들 사이에서 패커(Paker)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루이는 1852년 나폴레옹 3세 황후이자 프랑스 마지막 황후인 외제니 드 몽티즈의 전담 패커가 된다. 루이는 당시 사치가 심했던 외제니의 많은 양의 짐을 담기 위한 트렁크를 만들었고, 이에 만족한 외제니는 루이를 전적으로 후원하게 된다. 
 
덕분에 루이는 파리 카퓌신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세운다. 외제니의 트렁크를 만드는 곳으로 입소문이 난 루이의 가게는 귀족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루이 비통을 명품 반열 올려놓은 ‘사각 트렁크’
1825년 영국에서 시작한 여객용 증기기관차가 파리에도 깔리면서 귀족들 사이에서는 기차 여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트렁크는 기자 여행 필수품 중 하나였는데, 당시 트렁크는 빗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내리게 만든 둥근 돔 형태였다. 상단이 둥글다보니 이러한 트렁크 위에 짐을 쌓기가 어려웠다. 
 
이에 루이는 비에 젖지 않으면서도 기차에 적재하기 좋은 트렁크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가죽이 아닌 캔버스 천으로 만든 트렁크를 개발한다. 캔버스 천은 풀을 먹이면 방수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높으면서도 가볍기 때문이다. 모양도 바꿨다. 뚜껑을 평평하게 만든 사각으로 디자인해 물건을 적재하기도 편했다.

이 제품이 바로 루이 비통을 명품 반열에 올려놓은 ‘트리아농 그레이 트렁크’다.
 
트리아농 그레이 트렁크왼쪽와 모노그램 패턴이 적용된 트렁크 사진인터넷 캡쳐
트리아농 그레이 트렁크(왼쪽)와 모노그램 패턴이 적용된 트렁크 [사진=인터넷 캡쳐] 
트렁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루이는 기차역에서 가깝고 원자재를 나르기 좋은 아니에르 지역에 공방을 세운다.

루이 비통의 트렁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루이 비통의 트렁크를 너도나도 따라 하면서 모조품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루이는 1872년 루이비통 최초 디자인 패턴이 적용된 ‘더 레드 스트라이프 캔버스 트렁크’를 선보인다. 이후에도 같은 패턴의 모조품이 나오기 시작하자 베이지 스트라이프 캔버스 트렁크를 만들고 패턴 캔버스 독점 특허권을 낸다.
 
그럼에도 교묘하게 모조품이 나오자 루이 비통은 1888년 프랑스어로 ‘체크무늬’를 뜻하는 ‘다미에’ 패턴을 내놓으며 브랜드의 희소가치를 이어간다.
◆모조품과 전쟁이 만들어 낸 루이 비통의 시그니처
루이 비통의 기술과 명성은 아들 조르주 비통까지 이어졌다. 1892년 창업주인 루이 비통이 세상을 떠난 뒤 조르주 비통은 자신의 아들 가스통 비통과 함께 ‘루이 비통’을 세계적인 회사로 키운다.
 
조르주는 모조품을 근절하기 위해 1896년 아버지 이름을 따 ‘L’과 ‘V’를 겹친 무늬와 꽃문양이 나열된 ‘모노그램’ 패턴을 새로 만들어 낸다. 이후 타 브랜드들에서는 더 이상 루이 비통을 따라 하지 않았고, 모노그램 패턴은 루이 비통을 상징하는 패턴이 됐다.

1889년 조르주는 소매치기들이 가방을 쉽게 열지 못하도록 가방에 자물쇠를 부착한다. 하나의 열쇠로 여러 자물쇠를 열 수 있는 ‘텀블러 자물쇠’ 역시 루이 비통의 하나의 시그니처로 자리매김한다. 이 자물쇠는 아직도 기술력과 디자인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루이 비통
텀블러 자물쇠(왼쪽)와 키폴 백 [사진=루이 비통]
트렁크만 만들던 루이 비통은 1900년대에 들어 핸드백 제작에도 뛰어들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가볍고 유연한 가방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다.
 
루이 비통은 1901년 여러공간으로 나눠진 여행용 가방 ‘스티머 백’을 내놨고, 1924년에는 가벼운 여행용 가방 ’키폴 백‘을 출시했다. 길거리에서 3초에 한 번씩 볼 수 있다고 해서 ’3초 백‘으로 불리는 루이 비통의 ’스피디 백‘도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조르주는 1914년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7층짜리 매장을 열었다. 이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여행용품 매장이었다. 루이 비통은 이를 토대로 전 세계에 매장을 열고 상품을 늘려갔다.
◆LVMH그룹 만난 후 명품의 대중화 이끈 ‘루이 비통’
 
1936년에는 조르주가 사망하면서 가스통이 회사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루이 비통은 기존 고객에게 집중한 탓에 올드한 이미지로 전락한다.
 
가스통이 사망한 후에는 그의 딸인 오딜과 남편인 앙리 라카미에가 경영권을 넘겨받으나, 루이 비통은 가족 경영의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라카미에는 1987년 샴페인&꼬냑 회사인 모엣 헤네시와 합병하며 LVMH(루이 비통 모엣 헤네시)그룹을 설립하게 된다. 1989년부터는 베르나르 아르노가 LVMH 수장이 되면 루이 비통은 아르노의 전략대로 ‘명품의 대중화’를 지향하며 브랜드를 이끈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그가 만든 루이 비통 제품들 사진루이 비통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와 그가 만든 루이 비통 제품들. [사진=온라인 캡쳐]

1997년 루이 비통은 뉴욕 출신 디자이너 마크제이콥스를 만나면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변신한다. 마크 제이콥스는 모노그램 캔버스를 재해석해 에나멜가죽에 모노그램 패턴을 넣은 ‘모노그램 베르니’를 론칭했다.
 
2001년 선보인 ‘모노그램 그래피티’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모노그램 캔버스 위에 그려 넣은 강렬한 그라피티는 젊은 고객들을 마음을 사로잡으며 루이 비통의 매출을 기하급수적으로 끌어올린다.
 
이후 루이 비통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다. 무라카미 타카시, 리처드 프린스, 스테판 스프라우스 등 현대 미술가와 페럴 윌리엄스, 마돈나 카니예 웨스트 등 팝스타들과도 손을 잡고 유행을 선도했다.
 
아르노가 이끈 이후 대중성과 수익성은 이뤘지만, 명품 브랜드로서 치명타도 입었다. 루이 비통은 21세기 들어 ‘품질’보다 ‘실적’에 치중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중국과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제품을 만든 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진행하는 ‘Made in France’나 ‘Made in Italy’만 붙일 수 있게 된 것도 한 몫 했다. 
 
그럼에도 루이 비통은 국내 시장에서 2022년 매출 1조6923억원을 기록하며 에르메스와 샤넬을 제치고 명품 매출 1위 브랜드의 명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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