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시 즉각 재시공, 안전 직결 작업은 하도급 금지"…서울시 "건설업계 고질적 관행 뿌리뽑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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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3-11-0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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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 발표... "부실시공 업체, 2년간 대형공사 입찰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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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형 건설혁신 '부실공사 ZERO 서울'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앞으로 서울시 내 공공공사에서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 발생시 원도급사는 즉각 재시공해야 한다. 부실시공 업체는 최대 2년간 서울시 내 대형공사 발주 참여가 제한된다. 철근·콘크리트 공사 등 품질안전과 직결되는 주요 시공은 하도급이 아닌 원도급사가 100% 직접 시공해야 한다. 

서울시는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부실공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련했던 단편적 대책에서 벗어나 건설산업 체질을 바꾸고, 고질적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목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몇년 간 부실공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다. 설계부실과 무분별한 하도급 관행으로 시공품질이 떨어지고, 감리자의 현장관리가 소홀한 문제와 저가수주, 현장 근로자 숙련도 문제 등 부실요인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며 "그간의 단편적, 부분적 대책만으로는 건설산업의 근본적 혁신을 이룰 수 없다"고 이번 계획 배경을 밝혔다. 

시는 그동안 일어났던 각종 부실시공 문제점을 토대로 3개 부문, 8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해 추진한다. 공공과 민간 부문별 개선방안을 마련,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책부터 시행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정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공공건설 분야에서는 부실공사로 피해를 준 업체에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원도급사에 '책임시공' 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부실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즉각 재시공을 의무화한다. 시는 '서울특별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의무 재시공' 관련 내용을 추가, 내년 상반기 개정 완료하고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부실공사 업체는 시에서 발주하는 턴키 등 대형공사 기술형입찰에 2년간 참가할 수 없다. 부실 내용에 따라서 서울시 계약심의위원회를 통해 부정당업자로 지정, 최대 2년간 공공공사 입찰을 제한한다. 시보 등을 통해 명단도 대외 공개, 민간 발주공사 수주에서도 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건설 현장에 만연한 저가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시가 발주한 공사의 주요 공종은 100% 직접 시공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서울주택도시공사(SH) 일부 공사에 적용되던 '주요 공종 원도급사 100% 직접시공' 조건을 서울시 전체 발주공사로 확대한다.

앞으로 시를 비롯한 산하 투자·출연기관 발주공사는 입찰공고문에 직접 시공해야 하는 주요 공종과 하도급 금지 조건이 명시된다. 주요 공종은 철근, 콘크리트, 교량공 등 시설의 구조안전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사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공종을 뜻한다.

또 입찰참가 시 '직접 시공' 여부가 공사 수주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낙찰자 심사에서 직접시공 비율을 평가요소로 반영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기술 보완 등으로 불가피하게 하도급이 시행되는 경우에는 ‘하도급 계약 적정성심사’ 대상 금액기준을 현재 원도급액 대비 82% 미만에서 90% 미만으로 강화, 수수료를 10% 이상 남기는 하도급 계약은 엄격하게 검증할 방침이다.
 
다만 하도급 금지에 따른 공사비 상승 우려에 대해 유창수 행정2부시장은 "주요 공종은 철근, 콘크리트, 교량 공사 등인데 이 부분은 안전과 직결되므로 공사비가 상승되더라도 시행해야 한다"며 "이미 공사를 진행하는 곳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비율을 늘릴 생각이다. 공공공사 발주 시에는 그런 비용을 감안해 예산을 책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감리의 실질적인 현장감독 시간도 확보한다. 공사를 총괄 관리·감독해야 하는 감리원에게 실제로 현장에 나가 업무 보는 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과도한 서류 업무를 없앤다. 또 현장감독 공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앞서 7월 발표한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를 모든 공공시설 공사장으로 확대한다. 영세한 공사현장에는 공사 기록용 촬영장비를 빌려준다.

국내 건설공사 발주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건설 분야에서는 하도급 관리·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감리의 독립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제도를 손 본다.

먼저 기존 공공분야에서만 시행됐던 불법 하도급 단속을 민간 공사까지 확대한다. 조합, 건축주 등이 요청하면 시·자치구의 지역건축안전센터가 '하도급 계약 적정성 검토'를 지원한다. 

또 시공품질 관리를 위해 강우 중 콘크리트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불가피하게 타설한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콘크리트 강도를 재점검한다. 

민간 건설공사에도 감리가 발주자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시가 직접 감리계약 적정성을 관리한다. 기존에 주택건설 공사에만 적용됐던 '감리비 공공 예치·지급제도'를 일반건축물 공사에도 도입하고자 정부에 관련 규정 정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공사 감리를 건축사뿐만 아니라 구조안전 전문성을 갖춘 구조기술사 또는 시공기술사와 공동 수행하도록 한다. 시공·구조·안전 품질에 대한 감리 자격시험 도입도 건의한다. 

저가 수주, 시공 미숙 등 건설 산업에 오랫동안 뿌리내려 온 고질적 관행과 체질도 바꿔나간다. 숙련된 기능공 양성을 위해 서울시가 '기능등급 승급 교육'을 지원하고,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이 받는 차등 노임체계 도입안을 정부에 건의한다.

또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기 전에 설계도면 숙지, 철근 조립 등 기능테스트, 전문통역사를 통한 품질안전 교육도 실시한다. 기존에는 초급 기능공들이 구조 안전 관련 주요 공종에 배치돼왔는데, 앞으로 서울시 발주공사의 주요 공종에는 중급 위주 근로자를 배치한다. 현장설명서에 배치 기준을 명시하고 서울시 공사계약 특수조건에 반영할 예정이다. 

저가 수주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투찰가격에 따라 낙찰자가 결정되는 기존 입찰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종합평가낙찰제의 기술이행능력평가 만점 기준을 높여 기술 변별력을 확보하고, 현재 30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는 종평제를 100억원 이상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행안부에 건의한다. 

'서울 건설산업 발주자협회(가칭)'도 구성한다. 공공기관·민간 정비사업조합(시행사)·전문가가 함께 건설산업 문화를 바꾸고 전문성도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건설공사의 주인은 원래 발주자인데, LH 사태처럼 발주자가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부실공사가 근절될 수 없다"며 "발주자에 대한 교육 및 정보제공 등을 통한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으로 봉사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종 기술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건설산업 내부는 설계·시공·감리 뿐만 아니라 발주자 의식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공공이 관행을 타파하고 제도 혁신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간의 의식 변화와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부실공사 근절은커녕 불협화음만 만들어낼 수 있다"며 "오늘 서울시 발표를 통해 건설산업 전반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중앙정부와 민간업계 협조와 동참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건설산업의 구조적으로 뿌리박힌 관행과 의식 개선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서 선진 건설문화를 정착시키고 안전하고 품격 있는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서울형 건설혁신 8대 핵심과제 사진서울시
서울형 건설혁신 8대 핵심과제 [사진=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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