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8억원 규모의 분식회계와 812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지 두 달여만에 열린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의 첫 재판이 공전했다. 이 회장 측은 혐의를 부인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해 구체적인 의견을 정리하기까지 한 달이 걸린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한재준 전 대표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측이 준비가 안됐다고 했지만 사건을 더 미룰 수 없어서 재판을 열게 됐다"고 했다.
이날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부인하는 입장이나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라고 밝히며 구체적인 의견은 기록 검토가 끝난 후에 하겠다고 했다.
다만 박모 대우산업개발 회계팀장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했다.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피고인 측이 방대한 기록 검토를 마치고 구체적인 의견을 밝힐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 이 회장과 한 전 대표 측은 "기록이 방대하고 사건이 복잡하다"며 "한 달 정도 여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구속영장 발부가 의미 없어지면 안된다"며 "다음 기일에 진술증거에 대한 의견이라도 먼저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과 한 전 대표는 2017년부터 2021년 직전 해 사업연도 결산을 하면서 공사대금 미수채권을 회수 가능성이 없음에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하지 않는 등 재무제표를 허위 작성·공시한 혐의 등으로 지난 9일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이같은 방식으로 회사의 비용은 과소계상하고, 당기순이익은 과대계상해 1438억원을 분식회계했다고 본다.
허위로 작성된 재무재표를 통해 회사 신용평가를 올려 금융기관 7곳으로부터 470억 상당의 대출을 받는 등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도 있다.
두 사람은 회사 자금 812억원을 개인적으로 소비하거나, 가족들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배임)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대여금 명목으로 140억원을 유용하는 한편, 부친·배우자·동생에게 회삿돈 43억여원을 지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마스크 제조업체에 476억원을 부당 대여한 혐의도 있다.
한 전 대표는 2021년 8월 공사현장 이익금을 다른 회사인 A사에 계상한 후 자신이 이 중 6억9000만원을 돌려받는 등 단독범행을 한 혐의다. 2019년 12월엔 A사가 대우산업개발에 지급해야 할 유상증자 대금 20억원을 수신자인 대우산업개발이 대신 납부하게 하기도 했다. 2021년 4월~2022년 11월 대여금 명목으로 회삿돈 122억원을 유용하거나, 개인적 용도로 법인카드 및 차량 리스대금 5억원을 쓰는 등 횡령·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범행을 묵인한 혐의로 박모 대우산업개발 회계팀장과 대주 회계법인 공인회계사 2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17~2019년 회계감사 시 공사대금 미수채권 회수 가능성이 없음에도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으로 거짓 기재하는 등 외부감사법을 위반한 혐의다. 검찰은 2015 사업연도 회계감사 때부터 범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사실에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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