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우리는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기도 한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악녀' '카터'의 정병길 감독도 그러했다. 그러나 그는 더 나은 '작품'을 위해 다시금 꿈을 찾아 돌아왔다. 독보적인 세계관과 미장센으로 글로벌 관객을 놀라게 했던 정병길 감독은 '미술'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감독님의 전시를 감독님께서 직접 소개부탁드린다.
-이번 전시는 잠시 접어둔 꿈이라 생각했던 미술을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세계관을 모두 드러내는 개인전이자,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영화 속 이야기, 그리고 현대 사회에 대한 메시지로 스마트폰 중독에 관련된 이야기 등으로 담아보았다.
영화도 제작사와 배우 등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되고 작품을 전시할 때도 함께하는 곳이 있어야 된다. 사람들이 감독님과 함께하려고 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감독님과 감독님의 작품에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나
-저는 감독으로 늘 새로움에 대해 도전을 하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하면 안정적이겠지만 새롭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두려움과 부담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항상 똑같은 앵글의 무언가를 만드는 건 내 일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이런 신념이 사람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늘 응원해주시는 덕분에 감사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뭔가
-사람은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고 실수를 한다. 그러나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파악하고, 인정하고 자신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저 또한 그렇다. 그래서인지 정직하고 투명한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약속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정직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고 그림도 그리면서 다양한 재능을 세상에 펼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번아웃에 빠진 사람들은 감독님처럼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는데 감독님만의 원칙이 있나
-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저에게도 펼쳐진다. 그런데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상상을 계속한다. 그러다 보면 시도하고 싶은 것들이 생기더라. 그럴 때 바로 움직인다, 이게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보다 설렘이 앞서야 가능하다. 누군가 말처럼 먼저 행동으로 움직이면 반은 성공한 거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감독은 어쩌다가 하게 됐나. 감독님께서 경험한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 것 같나. 영화에 이어 그림까지 창작의 영역을 넓히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어릴 때부터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 자연스럽게 예고까지 가게 됐다. 그래서 당연히 화가가 될 줄 알았다. 물론 평면의 그림에서 입체적인 영화까지 좋아했고, 재수를 하고 군대를 제대하고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정말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감독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더라.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겠나? 그림은 어릴 때부터 간직한 꿈의 실현이다. 영화와 그림 모두 그 창작의 바탕은 같다. 저에게는 이제 하나의 직업인 샘이다.
창작을 할 때 불안과 고통도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어떻게 하나
-괴롭다. 정말로. 어렵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 다른 공간, 환경으로 이동, 다른 창작물을 끊임없이 탐구 비교하며 이겨내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까를 정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어떤 영감들이 작품으로 탄생하나
-특별한 기준과 방법은 없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늘 상상한다. 죽을 때까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멈추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한다.
영화도 그렇고 그림도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나와 남이 서로 오랜시간 공들여야 된다. 감독님께서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는 완벽의 기준이 궁금하다
-완벽한 기준이 있을까. 언제나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다양한 시선에는 늘 긍정만이 있어서도 안되고, 비판과 수용 속에서 더 훌륭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펼쳐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잘 만들고 못 만드는 기준보다는 이해와 인정, 반성 나아감의 기준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된 영화감독으로서의 정병길과 그림 그리는 정병길, 사람으로서의 정병길은 어떤 사람인가
-같은 사람이다 (웃음). 영화 그림, 그리고 삶 속의 제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행위가 달라진다고 본질이 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는 지적을 받았지만 작품을 만들면서 도움이 된 버릇이 있나. 그리고 직업병이 궁금하다. 그 직업병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산만하다? 어릴 때 너무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지금도 정리 정돈을 잘하지는 못한다(웃음). 앵글, 각도를 잡아보거나 연속성으로 계속 생각에 잠기다가 옆에 사람의 말을 놓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게 직업병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뽐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멈추지 마라. 삶도 예술도 정답은 없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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