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자의 食슐랭] 오줌 칭따오·하림 '벌레 생닭'까지...1등 기업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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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3-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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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칭따오, 지난달 21일 '소변 맥주' 논란 확산...편의점 매출 최대 60% '뚝'

  • 하림은 '벌레 생닭' 사태 확산으로 곤혹...불매운동 조짐도

칭따오 맥주 3공장에서 원료에 한 남성이 소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홍성신문·연합뉴스
칭따오 맥주 3공장에서 원료에 한 남성이 소변을 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홍성신문·연합뉴스]

"믿고 먹을 게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먹거리 포비아'에 휩싸였다. 국내외 점유율 1위 기업들이 제품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불거진 문제다. 국내 먹거리 신뢰도마저 바닥에 떨어졌다. 중국 '소변 맥주' 파동에 이어 하림 생닭에서 벌레까지 나오자 여론은 악화일로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수입맥주 1위였던 칭따오는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 매출이 급감했고 수입 규모도 80%가량 크게 줄었다. 하림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칭따오 맥주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돼 있는 칭따오 맥주. [사진=연합뉴스]
 
'소변 맥주 오명' 中 칭따오...어쩌다 이런 일이?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 중국 산둥성에 있는 칭따오 제3 공장에서 직원이 맥아 보관 장소에서 소변을 보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인부들 간에 발생한 다툼이 이번 사태의 발단으로 확인됐다. 

중국 핑두시 합동조사팀에 따르면 논란이 불거지기 사흘 전인 지난달 19일 칭따오 맥주의 외주 인력인 트럭 운전사 한 명과 하역 인부 3명 중 한 명이 트럭에서 저장 창고로 맥아를 옮기던 도중에 차량 이동과 관련해 인부들끼리 싸움이 발생했다. 

하역이 끝나고 트럭에 남아 있는 소량의 맥아를 수작업으로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부 A씨가 트럭에 올라 고의로 소변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이 고스란히 차량 블랙박스에 녹화됐고, 해당 영상을 본 B씨가 블랙박스 화면을 휴대폰으로 녹화해 개인 SNS에 올리면서 영상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합동조사팀은 해당 사건 발생 이후 바로 관련 맥아를 생산라인에 투입하지 않고 별도 보관해 성분 검사를 진행 중이다. 또 제3 공장은 중국 내수용 제품만 생산해 한국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와는 무관하다는 설명도 덧붙였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칭따오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실제로 편의점에서 칭따오를 찾는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달 21일 논란 직후부터 이달 6일까지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에서 칭따오 매출은 전주 같은 기간(9월 20일~10월 16일)과 비교해 평균 50% 급감했다. 

특히 C편의점에서는 논란 직후 매출이 60.1%로 크게 줄었다. 논란이 시작된 지난달 21일 이후 매출이 60%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편의점에서도 매출이 반토막 났다.

지난달 21~31일까지 국내로 들여온 중국 맥주 수입량은 181톤(t), 수입액은 29만5000달러로, 각각 86.7%, 72.5% 대폭 줄었다. 2019년 일본 불매운동 이후 중국 맥주는 국내 수입맥주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후 작년까지 2위로 밀려났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1위를 탈환했다. 다만 올해 7월 출시한 '아사히 슈퍼 드라이 생맥주'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점유율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소변 맥주' 사태까지 겹치며 중국 맥주는 점차 설자리를 잃은 분위기다. 

편의점업계는 현재 '칭따오 소변 논란'이 워낙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다 보니 연내 매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 직후 판매량이 30% 정도 빠지더니 지난주부터 전주 대비 50%가량 덜 팔린다"면서 "일본 불매운동 때 아사히 등 일본 수입맥주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맥주가 매출을 회복하는 데 3년 넘게 걸린 것을 감안하면 칭따오 역시 기존 수요를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변 맥주 파동은 칭따오 수입사인 비어케이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비어케이는 2003년부터 지난 20년간 칭따오 한 우물만 파다시피한 만큼 상당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어케이의 영업이익은 2018년 237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줄어 지난해엔 21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도 2021년 1052억원에서 지난해 1015억원으로 3.5% 줄었다. 
 
하림이 대형마트에 납품한 생닭에서 거머리과 유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소셜커머스SNS 갈무리
하림이 대형마트에 납품한 생닭에서 거저리과 유충이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SNS) 갈무리]
 
벌레 생닭 사태로 닭고기 1위 하림 '흔들'
닭고기 점유율 1위 업체 하림은 '벌레 생닭' 사태로 휘청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 동탄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한 하림 브랜드의 생닭에서 벌레가 나오면서다. 해당 소식이 SNS로 삽시간에 퍼지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여기에 생닭에서 벌레를 마주한 소비자가 부정·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에 신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까지 개입하면서 하림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이게 됐다. 

식약처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정읍시에 현장 조사를 요청했고, 정읍시는 현재까지 두 차례 하림 생산공장을 방문, 실태조사를 벌였다. 

식약처와 하림 등에 따르면 이번에 생닭에서 발견된 벌레는 딱정벌레의 일종인 거저리과 유충으로 확인됐다. 동물복지 농가에서 닭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벌레가 유입된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다. 실제로 통상 농장에서 닭을 출하하기 전 4시간가량 위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사료를 주지 않는 '절식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깔짚에 서식하던 딱정벌레 유충을 닭이 먹었고, 도계 작업 중 기계가 딱정벌레 유충이 들어 있는 모이주머니(소낭)를 잘못 건드려 터지면서 식도 부분에 유충이 자리 잡게 됐다는 게 하림 측의 설명이다. 다만 품질 검사 때라도 유충이 걸러졌어야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해 소비자까지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림 관계자는 "출하 전 작업자가 육안으로 생닭에 문제가 있는지를 살피지만 닭 내부까지는 들여다보지 않아, 이물질 혼입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사육, 출하 때까지 전 과정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발언이다. 김 회장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벌레 생닭'과 관련한 질문에 "사람 건강에 전혀 문제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곤충을 식용으로 쓰는 부분이 있다. 딱정벌레(애벌레인 '밀웜')도 그중 하나라서 실질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혀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실제로 거저리과는 식품 원료인 밀웜으로 등재돼 있다. 밀웜은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각종 식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식약처는 김 회장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생닭에서 벌레가 나왔다면 이물질이 맞으며, 이물질이 식용으로 안전한지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해당 벌레가 식품 원료인 밀웜으로 등재가 돼 있고 벌레의 안전성이 확인돼 식품 원료로 등록된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당 이물질의 섭취가 가능하고, 이럴 경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밀웜을 위생적인 환경에서 가공했을 때 최종 제품의 안전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림은 이물질 혼입과 관련해 경고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곤충 등 이물질이 식품에서 발견됐을 때 1차 위반 시 경고 조치가, 2차 위반 때엔 품목 제조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하림이 닭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로 1위 사업자로 오랜 기간 군림하고 있다. 점유율 2위인 올품(8.8%)은 하림의 자회사로, 올품까지 더하면 하림의 점유율은 총 28.8%로 상승한다. 이는 전체 닭고기 시장의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점유율이다. 올품은 김홍국 회장의 장남인 김준영씨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점유율이 높을수록 그만큼 사람들이 자주 구매하는 브랜드임을 방증한다. 하림을 이용했던 소비자들은 믿었던 만큼 느끼는 배신감도 크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직장인 김모씨(40대·여)는 "더 이상 하림을 못 믿겠다. 어떻게 큰 유충을 걸러내지 못할 수가 있냐"면서 "불매운동으로 뜨거운 맛을 보여줘여 한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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