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로에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국제 협력 강화·대의민주주의 확립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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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
입력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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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 전 변협회장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 "포퓰리즘 지도자들 득세…예상치 않은 전쟁 발발"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창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제 협력이 강화되고 대의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합니다."

제49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지난 7일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현 대표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경제·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가장 먼저 국가 이기주의를 꼽으면서 "국제 협력이 약화하고 법치주의가 도전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한 국가만이 홀로 잘살아갈 수는 없다"며 "자신의 국가 이익만을 생각하는, 포퓰리즘을 강조하는 지도자들이 득세하고 예상치 않은 전쟁이 발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는 국민의 입장보다는 정파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국민 화합이 저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경의 변화도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급격한 기후 변화는 지구를 위협하고 있는데 대응은 미흡하다"고 전했다.
 
헌재소장 임기 문제 거론…"조속히 의견 통일"
김 대표변호사는 현 시대를 위협하고 있는 불확실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 대의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류 생존을 위해 국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유엔 중심으로 침략자를 강력하게 응징하고 국제 협력을 거부하는 국가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에서는 중앙당을 없애고 풀뿌리 공천 제도를 도입해 중앙당이 일방적으로 공천자를 지명하는 대신 국민이 직접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미국식 선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수준 낮은 입법을 남발하는 국회가 걱정된다"며 "중선거구 제도를 도입해 지역주의를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 가장 영향을 미칠 불확실성으로는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기 문제를 거론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남석 헌재소장의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 하지만 이종석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잔여 임기에 대한 논란은 불가피하다.

헌법 등에서 헌재 재판관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하는 것과 달리 헌재소장의 임기에 대해서는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박한철 전 소장이 재판관 잔여 임기 3년 8개월만 채우고 퇴임하면서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졌다. 이 관행을 따르면 이 재판관은 2018년 10월 임명돼 내년 10월 임기가 만료된다. 

김 대표변호사는 "헌법재판소장 임기가 잔여 임기인지, 6년인지에 관한 이견이 심각하다"며 "조속히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창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세창]
 
"법조계, 기술 발전 대응해야…경쟁 체제 보장"
법률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과 관련한 분쟁 등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 법조계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갈등도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법조계가 기술 발전에 대응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독점이 아닌 경쟁 체제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분야 플랫폼들이 일단 시장을 장악한 후 가격을 급격하게 올려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업계에서 독점력을 행사해 횡포를 부리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며 "대한변협이 주도해 변호사 중개 서비스를 국민에게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지난 2019년 10월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을 설립해 입법 단계에서의 불확실성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21대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가 2만2637건으로 역대 최고치이고 이는 16대 국회 1651건의 13배"라며 "입법 과잉으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현재 변호사 231명과 시민 19명 등 총 250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법 제도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활동은 물론 국내외 주요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 재갈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악 중단하라', '대장동 사업 의혹을 특별검사가 신속히 수사하라',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유린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러시아를 규탄한다' 등의 성명을 발표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조인의 사명감도 꼭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잘못된 일을 보고 모두가 눈감고 아무 말 하지 않을 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하고 국민이 권력과 행정기관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옆에서 도와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법조인의 존재 이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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