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인터뷰] 권혁세 전 금감원장 "늘어난 가계부채, 대외 신인도 악영향…주택 매매·임차 금융시스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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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현 기자
입력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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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가계부채 증가세, 집·전세값 상승 기인

  • 당분간 고금리 정책 유지 불가피…인식개선 필요

  • 은행권 횡재세는 반대…이미 법인세 등 세금 징수

  • 내년 중소자영업자·PF 대출 부실리스크 우려

권혁세 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권혁세 전 금감원장 [사진=연합뉴스]

"가계부채를 잘 통제하지 못하면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택 구입 또는 임차 관련 금융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 등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권 전 원장은 1980년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33여 년간 금융 공직에 몸담은 경제금융 전문가다. 그는 2009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2013년 3월까지 금융감독원장을 맡았다. 

권 전 원장은 "제가 원장에 취임할 당시만 해도 가계부채 규모가 지금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800조원을 넘지 않았고 국가 부채 규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를 넘지 않은 건전한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난 5년간 가계·기업 등 우리 경제 전반에 부채 리스크가 급격히 높아진 것과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추이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 맞물려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늘어난 가계부채를 앞으로 잘 통제하지 못하면 대외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와 증가 속도가 크고 빨라서 앞으로 경기 침체와 금융 불안을 초래할 가장 걱정되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에 충격을 주는 상황이 발생하면 금융 완화 대책을 쓰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도 국내는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전셋값 상승에 주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권 전 원장은 "국내는 전세제도라는 독특한 임차제도가 있어 집값 상승과 전셋값 상승이 가계부채 증가와 긴밀하게 연관돼 악순환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주택 구입·임차 관련 금융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가계부채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커진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럽지만 당분간 고금리 정책 유지가 불가피하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금융 완화에 익숙해진 경제주체들에게 빚내는 것에 대한 두려운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정부·여당이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며 대두된 '횡재세' 도입 논의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권 전 원장은 "과거에도 금리 인상기마다 은행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빨리 올라 은행들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취한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며 "그러나 법인세 등 조세체계로 늘어난 이익을 이미 세금으로 징수하고 있고 또한 이익을 내부에 적립해 경기 침체로 인한 은행 부실채권 증가 시 자본비율 하락 등 건전성 악화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횡재세 도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 금융시장에 대한 정책적 조언으로 경제주체들에 대한 경제 교육과 비은행 금융기관들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권 전 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나 부동산 문제도 경제주체들의 인식 변화 없이 정부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고금리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오랜 저금리 시대에 익숙해진 경제주체들에게 경제·금융 교육을 강화해 인식과 행동 변화를 유도해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국내적으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코로나19로 늘어난 중소 자영업자 대출 부실 리스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라며 "이로 인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각별한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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