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된 전력산업] 여론 눈치에 '10.6원' 찔끔 인상...대기업만 3.2조 덤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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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3-11-0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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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용 전기요금 월평균 2000억원 인상

  • 포퓰리즘에 한전 적자 해소 효과도 제한적

  • 기업 생산단가 올라 서민물가 자극 우려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6.9% 인상한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가계와 소상공인을 위해 주택용과 일반용 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까지 3조2000억원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더 물게 됐다. 한국전력공사 적자 해소 효과도 제한적인 전형적 포퓰리즘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대용량에 대기업 사용 비중이 높은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1kWh당 10.6원 인상한다고 8일 밝혔다. 인상된 요금은 9일부터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산업용(을) 전력 가운데 고압A(3300∼6만6000V 이하)는 6.7원, 고압B(154kV)와 고압C(345kV 이상)는 13.5원씩 오른다.

이번 인상으로 월평균 2000억원 정도의 요금이 더 걷히게 된다. 한전 관계자는 "올해 남은 기간 4000억원, 내년에는 2조8000억원 정도의 요금이 추가로 징수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원가 상승 요인을 반영하되 물가와 서민 경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전의 추가 자구 노력을 통해 국민 부담을 분담할 계획이지만 (한전 혼자서는) 적자 구조 해소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한전 재무 여건과 국민 물가 부담, 국제 에너지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요금 조정 안을 정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44.4원 인상했다. 세부적으로는 전력량요금 35.7원, 기후환경요금 3.7원, 연료비조정요금 5원 등이다. 이 기간 중에는 산업용과 주택용, 일반용 요금을 함께 올렸다. 산업용 요금만 따로 인상한 건 지난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대기업 부담만 늘리는 식의 결정은 원가주의 원칙보다 정무적 판단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이 제기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공요금을 올리면 여론을 자극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큰 대기업만 덤터기를 쓰게 됐다. 200조원이 넘는 한전의 누적 부채를 해소하기에도 부족하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올 4분기에만 최소 25.9원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촉구한 바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제품 생산 단가를 높여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결국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 내는 요금만 올리겠다는 건데 가격 인상에 반영이 안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생산 과정에서 에너지 비용이 반드시 반영되게 돼 있다"며 "산업용 요금만 선별적으로 인상해 물가 자극을 피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차관은 "정치권 눈치나 총선 등 정치적 사안은 고려하지 않았다"며 "한전 재무구조와 기존 요금 인상 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관계 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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