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산시대, 인재 패러다임 바꿔라] 1호 소멸 위기 대한민국, 인재 활용 넘어 미래 인력 확보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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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지연 기자
입력 2023-11-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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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각한 저출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 방한했다. 그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학술행사에서 강연을 통해 기업의 인재 패러다임 전환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 이외에도 근로시간 단축 등 전통적인 기업이 선호하지 않던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해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콜먼 교수가 다시 주목 받은 것은 그만큼 국내 초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탓이다. 그가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경고한 이듬해인 2007년 국내 출생아 수는 49만명 수준이었다. 그로부터 20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도 지난해 0.77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게 됐다.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은 기업도 심각한 일손 부족에 따른 경쟁력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산업별 고용인력 변화와 정책대안별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21년 기준 3738만명이었으나 2070년 1737만명으로 약 54%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25~49세 근로자 수는 1908만명에서 803만명으로 역시 절반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2070년까지 기다릴 것도 없이 당장 10년 후부터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은 보고서는 저숙련 제조업 고용인원이 지난해 기준 196만명에서 2032년 176만명으로 약 20만명(10.2%)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부족한 기술 인력이 2021년 1752명 수준에서 2031년 3만명으로 16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이같이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기존에 선호하지 않았던 근로 시간 단축 등 과중한 업무 부담 축소, 직원 보육 지원 확대 등 여러 방안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종전까지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 채용한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미래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실제 삼성·SK·LG 등 주요 대기업그룹 계열사도 저마다 특성에 맞는 초저출산시대 대응방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마무리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근로기준법 기준보다 확대해 임신 전체 기간에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로 한정하고 있지만 12~36주 기간에도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지난해 5월부터 이 같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확대·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통해 9세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1년간 하루 4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에게 근무시간, 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자율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했다.

콜먼 교수는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이대로라면 207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며 "한국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선호하지 않았던 방법을 적극 도입·시행하는 데 해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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