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선진국의 통화 긴축에 따라 고금리가 새로운 기준(뉴노멀)으로 자리잡으면서 재테크 방식도 변하고 있다. 과거라면 주식·펀드와 같은 투자상품에 몰렸을 '뭉칫돈'이 이젠 안전자산인 예·적금으로 쏠리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원·엔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엔화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0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855조9742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6835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주요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올 5월 3.59%에서 9월엔 3.89%까지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3% 중후반대에 머물던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0월 들어 모두 4%대에 진입했다.
금융당국은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요구불예금이 예적금으로 추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인기를 끌었던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의 만기가 4분기에 몰리면서 기존 고객을 재확보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빨라진 탓이다. 은행들은 연 금리가 최고 13%대인 적금 특판상품을 출시하거나 7%의 파킹통장을 내놓는 등 '금리 노마드족'을 겨냥한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우대금리 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 유치에 들어갔다.
시중 자금은 엔화 예금으로도 쏠리고 있다.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펴는 미국·유럽 등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떨어지자 관련 투자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3일 기준 1조1110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6832억엔)의 1.5배를 웃도는 액수다. 올해 들어서만 4278억엔 급증했다.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말 5978억엔까지 줄었다가 5월부터 가파르게 늘기 시작해 9월 말에는 1조엔을 돌파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6일 100엔당 867.38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으로 2008년 1월 15일(865.28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엔화 예금을 통해 환차익을 기대하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긴축 장기화와 고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진 투자자들의 자금이 보다 안정적인 수익처로 향하고 있다"며 "당분간 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