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당국의 공매도 금지 이후 미국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들의 ADR(미국 주식예탁증서)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했다고 블룸버그가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ADR에 대한 공매도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KB금융그룹, LG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국내 기업들의 ADR 주가가 국내에 상장된 원 주식 주가와 비슷하거나 혹은 오히려 낮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DR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주식 대용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원 주식은 국내에 있지만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직접 주식을 발행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공매도 금지 발표 전까지는 ADR 주가가 원 주식보다 높게 거래돼, ADR의 가격 프리미엄이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발표 후 첫 거래일인 6일(현지시간) 국내 기업 ADR들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했고, 이에 ADR 주가도 하락하면서 프리미엄이 거의 사라진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KB금융 ADR의 유통 주식수 대비 공매도 비율은 지난 3일 2.6%였던 것이 공매도 금지가 발표된 6일에는 5.3%로 배나 뛰어 올랐다. 또한 LG디스플레이 ADR 역시 해당 비율이 3.2%에서 7.8%로 배 이상 급등했다.
이처럼 ADR과 원 주식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스프레드가 줄어든 것은 공매도 금지 이후 나타난 원 주식의 상승 효과가 곧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고, 동시에 차익 거래 기회를 노리는 세력에게 ADR 투자 기회를 조성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투자 회사 클렙시드라 캐피탈은 한국 금융당국이 2020년 3월부터 2021년 4월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을 당시 국내 기업들의 ADR은 원 주식 대비 5% 이상 할인된 주가에 거래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 리서치업체 페리스코프 애널리틱스의 창립자 브라이언 프레이타스는 한국 기업 ADR들에 대한 공매도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유동성이 가장 높은 ADR이 가격 하락 위험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사실 국내 기업 ADR과 원 주식 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S&P 코리아 ADR 지수 대 달러화 표시 코스피 지수 비율은 지난 달 금융당국이 지속적으로 공매도를 실시해 온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꾸준히 하락해왔다.
하나증권의 안영준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금융주 이탈이 금융주 ADR의 공매도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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