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전 ECB 총재 "유로존, 경기 침체 확실"...어두워지는 유럽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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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11-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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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존, 생산성 부족ㆍ영국, 소비 침체 문제로 지적

 
사진AFP
[사진=AFP·연합뉴스]
 
유럽 경기가 침체에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로존과 영국이 각각 생산성 부족과 소비 하락으로 경제 동력이 약화될 위기에 처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FT 콘퍼런스에서 "유로존이 올해 말까지 경기 침체에 진입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내년 상반기에 이를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경기침체의 규모는 얕은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깊거나 불안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실업률로 인해 경기 침체 타격이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드라기 전 총재는 "이번 경기침체의 시작점은 상당히 높다"며 "지금처럼 낮은 실업률을 기록한 때가 없었다"고 말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EU 모델의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봤다. 드라기 전 ECB 총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기반으로 삼던 지정학적, 경제적 모델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방을 미국에, 무역을 중국에,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모델이 끝났다는 것이다.

EU의 구체적인 약점으로 드라기 전 총재는 생산성 부족, 에너지 비용 상승, 노동력 부족을 언급했다. 그는 "유럽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생산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전 총재의 이 같은 진단은 최근 유럽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유럽의 주요 경기 선행지표인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달 46.5를 기록했다. 47.2를 기록한 지난 9월 PMI에서 더 떨어진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PMI의 하락은 유로존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로존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 나라의 경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대부분 선진국의 경제가 둔화되고 있으며 중국 경제는 기대 이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피에르 분쉬 벨기에 중앙은행장도 공격적인 통화 긴축 정책의 영향을 인정하면서 "성장의 방향이 하방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로존은 약한 형태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침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바다 건너 영국의 상황도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소매 컨소시엄과 바클레이스를 인용해 10월 카드 지출이 2.6% 증가했다고 전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6.7%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비가 감소한 것이다. 

가디언은 "영국 국민들은 에너지 가격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줄이면서 경기 침체를 마주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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