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조공'…김길수 검거 유공 특진 놓고 뒷말·논란 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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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임봉재 기자
입력 2023-11-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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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라인드 게시판…현장 뛴 형사 표창 없고 등 비판글 쇄도'

  • '검거 형사 처우 고작 이 정도 등 경찰 내부 조직도 비판'

블라인드 게시판사진독자 제공
블라인드 게시판[사진=독자 제공]

경찰청이 최근 도주 피의자 김길수 검거 유공으로 경찰관들을 특별 승진시킨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7일 경기북부경찰청 의정부경찰서 이선주 경사와 경기남부경찰청 안양동안경찰서 김민곡 경장을 각각 경위와 경사로 한 계급씩 특별승진해 임용했다.

2명 외에 김길수 사건 공조·검거에 역할이 컸던 의정부경찰서 김경수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서형렬 경감에게는 경찰청장 표창을 수여했다.

경찰청은 검거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 의정부경찰서와 안양동안경찰서의 특진 상신을 받아들여 이들을 특별승진 대상자로 결정해 이같이 임용했다.

하지만 익명 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에는 특별승진 임용이 잘못됐고, 특별승진 대상자는 몸을 던져 김길수를 검거한 형사들이 돼야 한다는 글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한 누리꾼은 "비오는 날 뛰댕긴 형사들은 표창 하나 없고, 연인 불안해할까 봐 케어해 준 여경을 특진...그냥 웃기네"라고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김길수 여친과 라포 형성하다가 공중전화 번호로 전화 왔을 때 상황실에 위치추적 요청한 여경이 특진 ㅋㅋㅋ"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의정부 특진 뭐야? 김길수 잡은 형사 맞는 거야?", "김길수 검거자 특진 못 한거 실화임??",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 "조용히 일하는 여경들은 승진 지지리도 못함"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찰 내부 조직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특진한 여경도 본연의 일을 한 것이 당연하면서도 결과마저 좋았고, 굳이 폄훼하고 싶진 않아"라면서도 "지휘부가 현장에서 직접 검거한 동료들에 대한 처우를 고작 이 정도로 생각하면 앞으로 누가 현장에서 열심히 뛰려 하겠나 싶다. 목숨 걸고 하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 좀 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한 명만 특진해야 한다면 놓쳤을 때 비난 감수하고 피습 당할 위험 부담 안고 검거한 사람이 특진해야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뛰는 사람이 많아지고 조직이 현장 중심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우리 조직(경찰) 바뀌어야 함" 등 조직 내부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선주 경사는 도주한 김길수가 여성 지인 A 씨와 신뢰 관계가 두텁다고 보고 이 여성을 밀착 감시하면서도 라포 관계를 형성했다.

김길수가 A 씨에게 다시 연락해 올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던 중 지난 6일 오후 9시 10분께 경기 의정부시의 한 식당에서 A 씨와 대화하다 A 씨의 전화기가 울렸고, 전화번호가 휴대전화 번호가 아니란 사실을 확인하고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도록 한 뒤 김길수임을 확인했다고 알려졌다.

이선주 경사는 곧바로 상황실에 연락해 번호 위치 추적을 요청했고, 그 결과 발신지가 의정부시 가능동의 한 공중전화 부스란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안양동안경찰서 김민곡 경장은 김길수가 A 씨에게 전화를 건 공중전화 박스 위치를 파악한 공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경찰서 강력 2팀은 이날 이 공중전화 박스로 10여분 만에 출동했고, 인근 길을 걷고 있던 김길수를 발견하고 형사 3명이 차도와 인도를 넘나드는 추격전 끝에 몸을 던져 김길수를 검거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발하고, 옷 갈아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김길수가 신은 특이한 신발을 눈여겨본 형사의 '촉'이 검거의 일등 공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력 2팀은 사흘간 도주 행각을 벌이는 김길수가 다시 A 씨를 만나기 위해 의정부에 올 것이라는 판단에서 연일 승합차를 타고 관내를 순찰했다고 한다.

특히 검거 당일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와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길수의 특이한 신발은 강력팀장의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김길수가 도주 중 옷을 갈아입었지만, 신발은 갈아 신지 않았던 것이다.

강력팀장은 우산을 깊게 쓰고 공중전화 박스 인근 도로를 걷던 한 남성이 신은 신발이 자신이 눈여겨봤던 김길수의 신발이란 점과 걸음걸이도 김길수와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팀 형사들에게 '덮치라'고 지시했다.

김길수는 승합차에서 내리는 형사들을 보고 도주했지만, 결국 전력 질주해 몸을 던진 형사 3명에 의해 검거됐다.

이처럼 김길수 검거 과정에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었던 신발과 걸음걸이를 유심히 본 형사의 촉이 사건 해결의 성패를 가름했다는 평가다.

경찰 내부에서는 "김길수가 공중전화 박스에서 전화할 당시 (밀착 감시자가) A 씨와 식당에 있지 않았고, A 씨가 일하는 유흥업소 밖 차에서 대기 중이었다", "김길수가 건 공중전화 박스의 번호도 안양동안경찰서가 아닌 의정부경찰서 내부에서 확인했다" 등을 주장하고 있어 김길수 검거 특별승진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김길수 여친과 라포를 형성했던 사람은 강력 5팀장이다. 이 팀에 속한 이선주 경사 등 2명은 밀착 감시 임무를 맡고 있었다"며 "특별승진 임용식 전날 서장과 강력팀장 등 4명이 모여 5팀의 공적을 감안해 주공(主功)으로, 현장에서 검거한 강력 2팀을 조공(助功)으로 정해 특진 상신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전화번호 조회는 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의정부경찰서, 안양동안경찰서 등 공조방에 공유했다"며 "전화번호 조회로 공중전화 박스 위치를 특정한 건 의정부경찰서가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추세는 현장에서 수갑 채우는 것보다 첩보 제공자, 결정적인 단서 제공자의 공적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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