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모두 비중국 배터리 시장 점유율 상위 5위에 안착했지만 전기차 판매 성장 둔화로 인해 합산 점유율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1∼9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228.0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 대비 54.9% 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49.2% 증가한 64.1GWh로 1위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점유율은 28.1%다.
다만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8%포인트 하락한 48.3%에 그쳤다.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은 중국 내수 시장보다 비(非)중국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104.9% 증가한 64.0GWh(점유율 28.1%)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사용량에서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나 점유율 기준으로 동률을 기록했다.
CATL의 배터리는 테슬라 모델 3·Y를 비롯한 메이저 브랜드 차량에 탑재되고 있고, 최근 현대차의 신형 코나와 기아 레이 전기차 모델에도 탑재되는 등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BYD(6위)도 전년 동기 대비 539.4% 성장했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탈(脫)중국 보호주의 정책에도 저가 수주를 앞세우면서 시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CATL 등은 올해 초부터 일부 완성차 기업을 상대로 일정량 이상의 배터리를 발주할 경우 IRA 세제혜택에 버금가는 가격 할인 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생산규모에서 한국 기업을 크게 앞지르고 있어,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가 공급망 위험요소를 낮출 수 있는 선택지가 됐다. 또 주요국들이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면서 전기차 가격 부담이 커진 가운데, 중국이 상용화에 나선 전기차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중국의 점유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FP배터리는 다른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생산단가가 저렴해 저가형 전기차에 주로 탑재된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성장세가 가파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4.9%에서 지난해 34.0%로 상승한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2020년 68.2%에서 지난해 63.5%로 하락했다.
한편 일본 파나소닉(3위)은 배터리 사용량 33.6GWh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2% 성장했다.
SNE리서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흐름이 변화하는 시기에 가성비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들어맞으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의지에 따른 비중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과 LFP 배터리 사용량 변화에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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