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내 상가들이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됐던 단지 내 상가가 미분양으로 고전하는 것은 고금리, 고분양가로 인해 상가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으로 고전 중인 서울 강북구 엘리프 미아역은 최근 단지 내 상가 계약금 납입 조건을 10%에서 5%로 완화했다. 지난 4월부터 아직까지 아파트 미분양이 남아있는 단지인데, 원래 아파트에만 적용하던 계약금 조건 변경을 상가에도 적용한 것이다.
악성 미분양 단지로 유명한 대원 칸타빌수유팰리스도 아직 1년 반 넘게 아파트 미분양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여파로 상가 역시 대부분 비어있는 실정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근에 기반 상업시설이 없고 낙후된 곳인데, 상가가 들어가려 하겠냐"며 "공실 상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상가가 채워지기는 점점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 상가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1층 상가 매물이 아직 많이 남아있으며 지하 상가도 공실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가락시영주택재건축(헬리오시티) 조합은 올 들어 5번째 상가 보류지 매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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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단지 내 상가는 고정 수요가 뒷받침돼 비교적 안정적 투자처로 꼽혔지만, 지금은 고분양가와 금리상승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모습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파트 상가 분양이 어려운 것은 고금리와 비싼 분양가로 좋은 임대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전반적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상가에 입점하려는 자영업자들도 부족한 상황이다. 1층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만한, 즉 고수익을 낼 만한 사업 업종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고분양가로 인한 높은 임대료로 임대 수요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다. 서울 을지로 일대에 위치한 중구 입정동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 1·2차'는 아파트 분양은 완료됐지만 상가는 편의점, 공인중개사무소 등 두세 곳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물량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임대 수요조차 없어 최근 50%에 달하는 할인분양에 나선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아파트 입주민들은 채워지는데 상가는 아직도 텅 비어있어 걱정"이라며 "가격도 비싼 편인데 근처에 받쳐주는 상가가 없다보니 들어오려는 수요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올 3분기 기준 8.3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8.0에서 2분기 8.3으로 3포인트(p) 오른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을지로는 10.3으로 전분기 9.1보다 1.2p 올랐다. 잠실·송파도 1.2p 상승(9.3→10.5)했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구혁신도시는 공실률 36.3, 부산 명지국제도시는 19.1을 기록했다. 울산은 전체 평균 18.3으로 5대 광역시 중 가장 높았다.
반면 임대료는 상승세다. 부동산원 임대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도심 임대가격지수는 1분기 10.1에서 2분기 11.0, 3분기 11.1로 상승했다. 서울 기타 지역도 10.1로 전 분기 8.1보다 올랐다. 전국 기준으로는 3분기 9.4로, 전 분기(9.3)보다 0.1p 올랐다.
송승현 대표는 "주택시장 호황기 때 반사이익을 누렸던 것만 고려해 시행·시공사들이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산정한 경향이 있다”며 “주택가격은 상한이 있어 마진에 한계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상가에서 보전하려다 보니 상가 분양가가 더 비싸게 책정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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