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카카오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을 때,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먹통' 사태 때도 카카오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카카오 경영진도, 창업자인 김 센터장도 이를 모르쇠했다. 오히려 구원투수를 자처했던 전 경영진은 스톡옵션으로 수십억의 이익을 챙기고 회사를 떠나는 '먹튀(먹고튀기)'도 서슴지 않았다. 카카오 전 재무담당 임원은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 1억원어치를 사다 적발돼 노조에서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창업자는 은둔 생활을 이어갔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변화가 온 건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카카오를 압박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택시에 대한 카카오 횡포가 부도덕하다"고 카카오를 직접 언급하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이 꼬집은 문제는 가맹 수수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들며 택시기사들에게서 20%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챙겨 수년 전부터 문제시 돼왔다.
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 조종 의혹으로 지난달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같은 달 배 대표와 투자전략실장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략투자부문장 등 3명과 카카오·카카오엔터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센터장은 송치 명단에서 빠지긴 했지만, 앞서 금감원 특사경에서 강도 높은 소환 조사를 받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김 창업자는 1년 8개월 만에 경영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6일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경영쇄신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다. 경영쇄신위원회는 카카오 공동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준법과 신뢰위원회'도 동시에 운영한다. 준법과 신뢰위원회는 카카오 모든 계열사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기구다. 김소영 전 대법관이 초대 위원장으로 활동한다.
하지만 이런 행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혁신 폭이 크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쇄신 시늉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카카오 주요 계열사 수장들이 김 창업자와 호형호제하는 이른바 '김범수 사단'이어서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인사들만 봐도 김 센터장이 창업 초기부터 인연을 맺은 사람이 다수다. 주식 먹튀 논란의 당사자들 역시 김범수 사단에 속했다. 여기에 여러 논란으로 임원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계열사 고문으로 위촉하는 회전문 인사도 카카오의 탐욕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
김 센터장은 13일 오전 카카오 비상경영회의를 연다. 같은 날 오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와 만나 가맹수수료에 관해 논의하는 간담회를 연다. 이번에는 다를까. "오늘날 사회가 카카오에 요구하는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책임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김 센터장이 얼마나 지킬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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