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원로에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물질중심적 사고, 가정 위협…긍정의 힘으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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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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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진행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물질중심적 사고가 가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가족 간 사랑을 회복해야 할 시점입니다."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홍정길 이사장은 아주경제 창간 제16주년을 맞아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의 시대를 극복할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여성 1명이 낳는 평균 자녀 수가 1명이 채 안 되는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홍 이사장은 "가정의 소중함을 돈과 바꾼 시대"라고 진단했다. 서로 사랑하고 격려하며 안정을 얻어야 할 가정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홍 이사장도 가족 간 소통과 사랑의 중요성을 잊었던 때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큰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아들이 펑펑 울었다"고 떠올렸다. 자라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묻자, 아들은 어렸을 적 아빠 얼굴을 본 기억이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홍 이사장은 1975년 남서울교회 담임목사로 있다가, 1995년 장애인 사역을 위해 남서울은혜교회를 세웠다. 남서울은혜교회는 현재 서울에서 손 꼽히는 대형교회가 됐다. 교회는 성장했지만 홍 이사장은 목회에 전념하느라 가정을 챙기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귀가하곤 했다"며 "나가기 전 아이 머리맡에서 기도를 했는데 아이가 나를 못 봤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눈물을 흘리며 큰아들에게 "나쁜 아빠여서 미안했다"고 사과하자,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게 홍 이사장 설명이다. 그는 "과거에는 부모들이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자식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며 "물질중심적 사고로 가정이 비극에 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족이 자주 교류하며 사랑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 긍정의 힘으로 '허들' 넘어야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
홍 이사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긍정의 힘'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93년 문을 연 밀알복지재단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그가 긍정의 힘을 토대로 밀알복지재단을 이끈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애인 복지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 초기 재단은 첫 사업으로 추진하던 밀알학교 설립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특수학교 부지를 구입하고 교육청에 학교설립 허가를 받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대로 난항이 있었다. 홍 이사장은 남서울은혜교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준비하다 재단과 처음 연을 맺었다. 남서울은혜교회는 밀알학교 설립을 위한 재정을 지원하고 힘을 쏟았다. 이후 밀알학교는 주민과 갈등도 이겨내고, 지역사회에 융화한 모범적 특수학교 사례가 됐다.

홍 이사장은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불확실성의 시대 불안함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의지를 갖고 나아가기를 당부했다. 그는 "20대 청년들이 '허들'을 뛰어넘는 훈련을 해야 한다"며 "고뇌와 좌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애정어린 조언을 남겼다.

청년층이 마주하는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불확실하지 않은 시대는 없다"며 "태어나서 지금까지 불확실했고, 오늘이 가장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때론 인생에 안개가 자욱히 끼는 것처럼 느껴져도, 청년들이 목표를 향해 직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이사장은 청년들의 역량으로 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기성 세대가 극심한 가난을 극복해 청년들이 역량을 발휘할 토대가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손흥민, 이강인 등이 이름을 알리고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며 "이런 능력이 청년들에게 있고, 이를 깨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증오의 메시지 멈춰야
혹자는 '우리 민족처럼 불행한 민족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라고 했지만, 우리 민족처럼 행복한 민족도 없다는 게 홍 이사장 진단이다. 지난 30년간 유럽, 남미, 러시아 등 세계 각지를 찾아 한국 유학생들을 위해 강의하며 깨달았다. 그는 "유럽은 백년전쟁, 30년 전쟁을 겪었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가 한국을 '원더풀 코리아'라고 표현하는 만큼, 긍정의 힘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는 정치권에는 화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홍 이사장은 한국 교회에서 보수 쪽으로 꼽히지만, 과거 대북지원단체 남북나눔운동 회장을 맡아 대북지원에 앞장섰다. 그는 "정치권이 상대편에 창피를 주고 비난하면서 분열이 가속화하고 있다"며 "증오의 메시지를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실이 아니라 감성에 치우쳐 사실을 왜곡한 메시지가 타협을 막고 있다"며 "품위 있는 언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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