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늘었다는데 내 주식은 왜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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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11-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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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자사주 매입이 늘어났지만 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자사주를 사 놓고 보유만 하는 기업이 적지 않고 펀더멘탈 변화나 대외 불확실성 해소가 동반되지 않아 주가에 영향을 못 미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한 상장사는 54개사다. 전년 동기(53개사)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7월 KB금융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SK텔레콤도 같은 달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밝혔다.
 
신한지주는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00억원씩 매입했다. 셀트리온은 하반기 들어 세 번이나 자사주 매입을 알렸다. 7월 500억원, 10월 3450억원, 11월 2070억원 규모를 시장을 통해 장내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기업들은 대부분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할 때 주가를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한다.
 
자사주 매입은 자기자본을 감소시켜 부채비율을 높이는 한편 주당순이익(EPS)을 증가시킨다.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전체 주식 수가 감소함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
 
지분 가치가 상승한 만큼 주식을 팔아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기업이 현금 배당을 실시할 경우 투자자는 배당금에 대한 소득세를 내야 해 자사주 매입이 주주에게 더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는 소폭 상승에 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자사주 취득을 공시한 코스피 상장사의 경우 공시 후 일주일 동안 평균 주가 상승률은 2.87%로 나타났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 효과가 크지는 않아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국내 상장 기업은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거나 처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삼성증권은 국내 시가총액 계산 방법이 미국과 달리 발행주식수와 주가의 곱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자기주식 매입을 하더라도 시총 계산에 들어가는 발행주식수가 유지되면서 주가 상승 효과가 억제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만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단계에 가서야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효과는 해외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미국의 애플은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애플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들인 금액은 5720억 달러(약 731조원)에 달한다.
 
애플의 발행주식수는 2020년 175억주, 2021년 168억주, 2022년 163억주로 매년 줄었고 올해 들어서도 감소하면서 이달 13일 기준 155억주로 나타났다. 2020년 초 대비 현재 종가로 비교하면 주가 상승률은 148%다.
 
하반기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국내 기업을 살펴보면, 키움증권은 지난달 25일 7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주가가 별다른 효과를 보진 못했다. 자사주 매입 공시 이튿날인 26일 주가는 오히려 3.10% 내렸다. 일주일 뒤엔 1.36% 상승에 그쳤다.
 
추후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주가 부진을 막진 못했다. 키움증권은 올해 들어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영풍제지 사태로 인해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다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해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 돈으로 주식을 사서 없애는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주가 관리를 위해 쓸 수 있는 강력한 무기지만 결론적으로는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가는 단기 상승에 그칠 때가 많다. 또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는 경우도 있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밝혔지만 오히려 마이너스를 보인 회사도 있었다. 신한지주가 지난 10월 25일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하고 이튿날 주가는 0.85% 내렸고 일주일 뒤에도 0.99% 떨어졌다.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역시 하반기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공시했지만 주가 상승 효과가 크진 않았다. 지난 9일 자사주 매입 공시 다음 날 주가는 0.51% 하락 마감했고, 지난 7월에도 공시 직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는 합병 호재가 작용하면서 6%대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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