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빅3 기업과 임금 인상 협상에 성공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해 아시아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법인이 줄줄이 임금 인상에 나섰다. UAW가 무노조 회사에 대한 노조 설립 의지를 불태우자, 이를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현대차 미국 법인은 미국 내 생산직 직원들의 임금을 오는 2028년까지 25% 올리기로 발표했다. 현대차는 우선 내년 초부터 미국 내 생산직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전년 대비 14% 올린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성명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동종 업계에 상응하는 경쟁력 있는 임금과 복리후생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와 조지아주 엘라벨에 각각 위치한 생산 공장 2곳서 총 1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2025년에는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전기차 생산 공장의 문을 연다.
UAW가 포드, 스텔란티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와 임금 25% 인상 합의에 성공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무노조 회사들 역시 임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도요타는 내년 1월부터 생산직 시간당 임금을 9~10% 올릴 예정이며, 혼다 역시 내년부터 임금을 11% 인상한다. 또한 이들 2개 회사는 신입 직원의 최고 급여 도달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AP통신은 “노조가 없는 현대, 혼다, 도요타가 임금 인상을 결정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UAW가 이들 3개 회사에 대한 노조 설립을 노리고 있는 점이 이번 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UAW의 노조 설립 의지를 좌절시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임금을 올렸다는 것이다.
숀페인 UAW 위원장은 “UAW는 ‘환영합니다(You Are Welcome)’의 줄임말"이라면서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하는 자동차 회사들을 겨냥하고 있다.
해리 카츠 코넬대학교 단체교섭학 교수는 UAW와 미국 빅 3회사 간 협약은 무노조 회사들에 압력을 주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들 기업은 항상 무노조를 유지하길 원했고, 이에 따라 디트로이트(빅 3 기업)의 최고 수준 임금에 가깝게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카츠 교수는 혼다, 현대, 도요타 생산 공장이 위치한 지역들이 노조 설립에 소극적인 점에 비춰 UAW가 이들 기업에 대한 노조 설립에 성공할지는 회의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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