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전화에 압박감"…'임시 신생아 번호'로 밝혀진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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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기자
입력 2023-11-1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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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아이를 낳자마자 살해해 산에 매장한 30대 친모가 구청 직원의 아이 소재 확인 전화에 압박감을 느껴 자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혐의로 구속된 30대 여성 A씨는 2012년 9월 서울에 있는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 B군을 낳았다. 다음 날 병원에서 퇴원한 A씨는 B군이 계속 울자 이불로 감싸 살해한 뒤 도봉구 야산에 묻었다. 이후 2015년 10월 당시 인천에 거주하던 A씨는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 C군을 낳았고 이틀 뒤 퇴원하자마자 또다시 아이를 살해해 인천 미추홀구 문학산에 묻었다.

경찰 조사 결과 B군과 C군 모두 출생 신고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보통 산부인과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출생 후 12시간 안에 등록해야 하는 B형 간염 접종 기록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는 7자리 임시번호(생년월일+성별)인 임시 신생아 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이 임시 번호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로 대체돼 기존에 등록된 인적 정보와 합쳐져 관리된다. B군의 경우 이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됐지만 C군은 아예 부여조차 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6∼7월 보건복지부는 2015∼2022년 출생아 중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고 출생신고는 하지 않은 아동 2천123명을 1차 전수조사해 사망 사례를 다수 발견한 바 있다. 이때 C군은 임시 번호가 없어 드러나지 못한 것이다.

2012년생인 B군은 임시 번호가 있었지만, 당시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복지부가 지난달부터 추가로 2010∼2014년 출생아 중 임시 신생아 번호만 있는 아동 9천603명의 소재 확인에 나서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구청 직원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며 "아이가 2012년생이어서 압박감을 느껴 자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B군에 관한 진술만 하던 A씨는 경찰의 추가 출산 여부 추궁에 C군의 존재도 실토했다. 

경찰은 C군에게 임시 신생아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조사에 나섰지만 병원 측은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병원 관계자는 경찰에 "분명히 출생 직후 예방접종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왜 누락됐는지 우리도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두 아들의 친부는 다르다"며 "잠깐 만난 남자들이어서 정확히 누군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 자백을 토대로 지난 10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문학산에서 C군 유골을 찾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부검을 의뢰했다. 또 전날부터 B군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시 도봉구 야산에서 계속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공소시효가 없는 살인 혐의만 A씨에게 적용했으며,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끝난 사체유기죄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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