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8일 발표한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을 보면, 앞으로 소비자는 스마트폰 종류에 상관없이 5세대(5G)나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30만~8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도 나온다. 향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실제 적용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학계와 업계 중론이다.
이통사 영업이익률 10% 이하···글로벌 통신사 절반 수준
정부의 통신비 완화 정책 근거인 가계통신비용은 정말 올랐을까. 이통3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매분기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치를 찍어내도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통3사 중 KT와 LG유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각각 6.59%, 7.78%다. 1위 업체인 SK텔레콤(SKT)은 9.32%로 그나마 10%에 근접한 수준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SKT는 소폭 늘었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증권업계는 이미 10년 전 당시 10%대 후반이던 통신업계 영업이익률이 10%대 초반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규제가 원인이다.
공허한 근거로 기업 팔 비틀기···자국민 주주들 외면
전문가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가계통신비를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많은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인터넷비와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구독료가 통합 청구된다.
넷플릭스 구독료는 월 5500~1만7000원 수준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를 구독하면 OTT 월 구독료만 1만~2만원 상당에 이른다. 하지만 OTT 요금에 대한 규제는 없다.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는 외국계 OTT 기업에는 정부가 속수무책인 상태다. 정부가 국내 기업만 잡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통신비가 OTT 기업들 때문에 증가하고 있다면, 규제 형평성의 원칙에서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 부담을 낮추겠다며 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을 펼치는 것이 기업과 국민의 공감대를 얻을지도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통신비 완화 정책은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이 꾸준히 나왔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상식적이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공기업도 아닌 엄연한 주주가 존재하는 민간기업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거세다. 물가 안정을 내세운 정부 정책이 민간기업 소액주주들 재산권과 대립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팔 비틀기식' 개입이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공기업이 아닌 민영기업의 가격 기능에 개입하는 건 되도록 지양해야 할 정책 수단"이라며 "독과점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공정거래당국의 경쟁 촉진 등 전통적인 개입 수단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통신사 주주들도 국민"이라고 강조하며 "정부 정책으로 국민이 보는 손해에 대해 국가는 왜 책임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을 위해 기업이 희생해야 한다면 일방적인 희생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며 "이들은 서민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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