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슈퍼엔저] 수출기업 '한숨' 방일 여행객 '미소'…한국 경제는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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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1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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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16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당 엔화 환율도 150엔을 웃돌며 1990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본의 의도적인 엔화값 떨어뜨리기는 조금씩 살아나던 우리나라 수출에 타격을 입히는 요인이다. 여행수지 등 거시경제 지표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엔 환율(재정환율)은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863.49원(100엔당)을 기록했다. 전일(875.98원) 대비 12.49원 하락한 수치다. 6월 이후 800원대 후반과 900원대 초반을 오가던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 860~870원대로 뚝 떨어졌다. 연초 970원대였던 걸 감안하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100원가량 급락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관측에 원화는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두지 않으면서 엔화 가치는 급락세다. 일본은행은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단기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장기 국채금리 목표를 정해 놓고 시장금리가 상승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YCC)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달 말 YCC 정책을 일부 조정했지만 통화 완화 흐름은 지속되는 양상이다. 

일본이 자국 통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실제 일본 무역수지는 지난 상반기 기준 1조4052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엔저에 힘입어 적자 폭을 전년 대비 84.7% 수준으로 줄였다. 같은 기간 여행수지도 방일 여행객 증가 영향으로 1조6497억엔 흑자를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 경제는 엔저 쇼크를 우려할 상황이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합 중인 국내 수출기업은 환율 격차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엔화 가치가 1%포인트 하락(엔·달러 환율 1%포인트 상승)하면 한국 수출 가격은 0.41%포인트 하락하고 수출 물량 역시 0.2%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태상 IBK경제연구소장은 "대일 수출기업은 엔저에 따른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고 다른 수출기업 역시 일본 기업과 수출 경쟁이 심화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엔저에 편승한 방일 한국인 관광객 급증에 따른 여행수지 악화도 걱정해야 한다. 엔화 가치 하락에 일본 여행 경비 부담은 줄었지만 상대적 고물가로 국내 여행 수요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해외 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9월 기준 누적 여행수지는 93억7160만 달러(약 12조3302억원)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보다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이 많을수록 여행수지 적자 폭은 커진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국내 여행객은 185만9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1만4000명)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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