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 별내신도시가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둘러싸고 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메가볼시티’ 사업 무산 이후 상업지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별내역 인근에 생숙 등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반쪽짜리 신도시’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별내지구 2개 생숙 단지 입주민과 수분양자들은 남양주시 측 지구단위계획 변경 불허 결정에 반발해 오피스텔로 용도변경하기 위한 집단 행동에 나선 상황이다. 별내역 인근 옛 메가볼시티 부지에도 추가로 생숙이 들어서고 있는 와중에 시행사인 화이트코리아가 남은 상업부지마저 생숙 개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지역 내 불만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15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별내역 인근에 위치한 생숙인 ‘힐스테이트 별내역’과 ‘별내 아이파크 스위트’ 소유주 등 약 200명(시위대와 경찰 추산)은 전날인 14일 남양주시 제1청사 앞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달 열린 남양주시 도시계획위원회 지구단위계획 변경안 자문 결과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이들 단지의 오피스텔 용도변경에 대해 ‘불허’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소유주들이 직접 나서 남양주시에 항의하고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추진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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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은 본래 외국인 관광객이나 장기 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숙박영업시설이지만 2020~2021년 부동산 활황기에 아파트 대체재로 인식돼 투자수요가 몰렸다. 정부는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생숙을 주택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용도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생숙이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계속 거주 목적으로 이용되면 내년 말부터 공시가 대비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주민들은 별내지구가 상업시설이나 사회기반시설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생숙이 과잉공급되면서 주민 불편은 물론 지역 내 상업적 가치 또한 하락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별내역 인근만 해도 이미 1100가구인 ‘별내아이파크스위트'(2021년 2월 입주), 578가구인 ‘힐스테이트 별내역‘(2021년 8월 입주)이 있고 옛 메가볼시티 부지에 공사 중인 별내자이더스타 이그제큐티브(2022년 분양, 2026년 1월 입주 예정)에 생숙 604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화이트코리아는 옛 메가볼시티에 남아 있는 상업2블록에 기존 오피스타워 건립 계획을 접고 생숙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밝혀 지역 내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별내역 앞 이마트 인근 부지에 들어서는 대규모 주상복합시설에도 생숙이 일부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이미 수천 채에 이르는 생숙 허가가 난 가운데 추가적인 생숙이 들어오는 것은 별내를 사실상 '베드타운'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별내역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대기업 브랜드를 단 생숙도 1년 넘도록 분양 물량을 소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관광 수요가 많지 않은 별내 지역에 제대로 된 기업 유치는 고사하고 오피스타워 대신 생숙이 또 들어온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별내동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당초 복합상업시설인 메가볼시티가 들어오기로 계획됐던 곳이라서 지역 내 기대치가 컸는데 난데없이 생숙이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실망한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별내신도시 시민단체인 별내발전연합회(별발연) 관계자는 "이미 별내역 바로 옆에 두 개 생숙 단지가 입주해 용도 변경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고 학교 등 기반시설 부족에 대한 주민 불만 또한 상당하다"며 "남은 상업2블록만큼은 원래 계획대로 개발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별발연은 다음 달 주광덕 남양주시장과 시 관계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 현안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고 별내 옛 메가볼시티 부지에 랜드마크 상업시설 조성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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