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기간 동안 공인으로서 품위를 해치는 행위로 인해 광고주의 제품·기업 이미지에 손상을 가하거나 광고 효과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상업 광고에서 연예인을 모델로 계약 시 넣는 조항이기도 한 이 문구는 배우 서예지와 유한건강생활과의 광고 건에도 들어있다.
연예인의 사생활 문제로 인한 이미지 실추로 해당 연예인이 광고했던 제품이나 브랜드, 기업의 이미지에도 해가 가해질 경우 배상 책임을 져야 하며, 어디까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판결이 이번에 나왔다. 서예지 측의 경우 손해배상 책임은 지지 않지만, 받았던 광고료의 절반은 다시 돌려주게 됐다.
전 연인이었던 배우 김정현을 가스라이팅(심리적으로 지배)했다는 의혹에서 시작해 학교 폭력, 학력 위조, 스태프 갑질 의혹 등에 휩싸였던 서예지의 소속사는 당시 광고를 진행했던 광고주에게 모델료의 50%를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왔다.
16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 25부(부장판사 송승우)는 유한건강생활이 서예지와 그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지난 10일 "골드메달리스트가 2억25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유한건강생활 측이 서예지와 소속사에 공동으로 청구한 손해배상 및 위약금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예지는 지난 2020년 7월 유한건생과 영양제 모델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8월 모델료를 지급받고, 관련 광고는 8월 26일부터 공개했다.
이후 2021년 4월 서예지는 전 연인인 김정현을 가스라이팅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연달아 학교 폭력, 학력 위조, 스태프 갑질 등 각종 루머들도 터지며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서예지와 김정현의 연애 스토리와 관련해서 피해를 본 주변 인물들, 각종 의혹은 연일 화제가 돼 도마위에 올랐으며, 온라인상에서 비난이 담긴 밈(Meme·인터넷 유행어)들로 재생성되기도 했다.
이에 유한건강생활은 같은 달 27일 서예지의 소속사에 '계약 해제 및 모델료 반환 요구' 공문을 보냈으며, 서예지가 등장한 광고를 중단시켰다.
원고 측은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공동으로 위약금 및 손해배상액 12억7500만원을 청구했다.
유한건생이 손해배상 청구 이유로 제시한 계약서 조항은 위와 같은 내용의 것이었다. 여기에 '공인으로서 품위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음주운전, 뺑소니, 폭행, 학교폭력, 마약 등 각종 범죄혐의로 입건되거나 모델이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계약서에 쓰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의혹의 대상인 학폭, 가스라이팅 등은 모두 계약 기간 전의 것"이라며 서예지와 소속사가 계약을 위반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원고 주장대로라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과거 위반행위를 밝히도록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이는 헌법상 중대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해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법원이 유한건생이 서예지를 모델로 기용하며 지급한 모델료 4억5000만원 중 2억2500만원을 돌려주라고 한 것은 '모델료가 지급된 이후 광고 방영·게재가 취소될 경우 소속사는 모델료의 50%를 현금으로 반환한다'는 계약서 조항을 따랐다.
이번 판결을 비춰볼 때 법원은 광고 모델 계약은 연예인의 대중적 이미지가 중요하기에 연예인은 사생활 보호에 관한 권리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고 봤다. 의혹들의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원고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광고를 중단, 새 광고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예지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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