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거부·편파수사'도 탄핵사유?...역대 탄핵 60% 판·검사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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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11-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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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아주경제DB
서울중앙지법 전경 [사진=아주경제DB]

“민주당은 범죄 검사에 대해 탄핵을 추진할 것이다. 이번에 발의한 검사 외에도 그 대상과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당 대표의 사법 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다. 검사를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탄핵하시라.” (이원석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의 연이은 검사 탄핵 추진을 둘러싸고, 야당과 검찰·법무부 간 갈등이 격화 중이다. 이런 가운데 검사와 법관에게 집중됐던 국내 ‘탄핵 소추’ 역사도 재조명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최후·비상적 견제 수단으로 사용돼야 했던 탄핵 제도가 정파적 목적이나 법원과 검찰에 대한 ‘압박 카드’로 오·남용됐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검사 4인 추가 탄핵소추 추진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검사범죄대응TF를 열고,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철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등 검사 4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이르면 23일 제출할 방침이다. 추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된 검사는 임홍석 창원지검 검사와 이희동 대검 공공수사기획관이다.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지 2개월 만에 ‘탄핵 카드’를 통해 대대적인 검찰 압박에 나선 형국이다. 민주당이 ‘검사 탄핵’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진행 중인 검찰의 수사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 차장검사의 경우 현재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의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의혹’ 수사를 방해했거나 무혐의 처리했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신상을 공개한 이정화 수원지검 부장검사와 김영철 대검찰청 반부패수사1과장도 추가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사에 대한 집단적 탄핵 추진은 이례적이다. 다만 헌정사에서 탄핵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이들 역시 검사들이었다. 탄핵 제도는 사법처리가 어려운 대통령과 법관, 국무위원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파면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우리 헌법은 1948년 제헌 헌법 이후 현행 헌법까지 한 차례의 예외 없이 탄핵 제도를 두고 있다.
 
탄핵 23건 중 61%는 판·검사 대상...47%는 檢에 집중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 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소추는 총 23번 발의됐다. 국내 ‘탄핵사’에서 눈 여겨볼만한 특징은 탄핵 대상의 상당수가 검사와 법관 등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검사나 법관에 대한 탄핵 발의는 총 14건으로 전체 탄핵 발의 건수의 약 61%를 차지한다.
 
이 중 검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 6건, 대검찰청 차장검사 1건, 일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4건으로 총 11번의 탄핵 소추가 이뤄졌다. 검사에 대한 탄핵 발의가 전체 탄핵 사례 중 50%에 육박한 것이다. 법관의 경우 대법원장과 대법관, 일반 법관을 상대로 각각 한 번씩 탄핵 발의가 이뤄졌다. 이 외에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탄핵 발의도 2번 진행됐다.
 
헌정사 최초로 탄핵 소추 대상이 된 공직자는 유태흥 전 대법원장이었다. 제5공화국의 첫 대법원장이었던 그는 정권에 저항한 일선 판사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해 법관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당시 야당 등이 유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됐다.
 
사상 두 번째 탄핵소추 대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김도언 전 검찰총장이었다. 지난 1994년 12·12 군사쿠데타 관련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을 이유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 표결 문턱에 가로막혀 부결됐다.
 
이후 ‘자료제출 거부’에서 편파 수사, 피의사실 공표 등 실로 다양한 사유로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이어졌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의 경우 야당에 대한 표적 수사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 위반, 피의사실 공표 등을 이유로 2번의 탄핵안이 발의됐으나 폐기 및 부결 처리됐다.
 
박순용 전 검찰총장은 선거 사건에 대한 불공정 처분과 국회에 대한 자료제출 거부를 이유로 2번에 걸쳐 탄핵 발의가 이뤄졌지만 전부 부결됐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도 차장검사 시절과 검찰총장 시절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을 이유로 각각 한 번씩 탄핵 소추가 발의됐다. 2007년에는 BBK 사건에 대한 편파 수사를 이유로 당시 김기동 특수1부 부부장검사와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가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신영철 전 대법관의 경우, 2009년 촛불집회 관련 사건에 대해 특정 재판부에 대한 재판 몰아주기 등으로 재판권을 침해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이에 당시 야당 등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국회에서 폐기 처리됐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추문설’ 보도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 등에 대해 재판 관여를 한 의혹을 받던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21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각하됐다.
 
국내 탄핵 상당수 '정치적 탄핵'..."남용 시 사법근간 흔들려"

법조계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법원이나 검찰을 대상으로 탄핵 제도를 남용하는 것은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제도는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법치주의를 깨뜨리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가 권력을 남용한 공직자를 공직에서 배제하기 위한 제도다. 국내의 경우 정치적 이유나 수사와 재판 등을 방해할 목적, 집행부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 이를 남용해 온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탄핵 사유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헌정 위기 등 비상적이고 최후수단적인 성격으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검찰과 법원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남발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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