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메타버스' 등 신사업 한다던 기업 절반이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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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레 기자
입력 2023-11-1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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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의도적 주가 부양후 주식 대량 매도 등 불공정거래 확인"

그래픽이동은 기자
[그래픽=이동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실제 추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 2차전지 등 주요 테마 업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 기업 129개사에 대한 불공정 거래 혐의를 집중 조사한다. 부정행위 적발 시 수사 기관에 통보하는 등 강력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19일 금감원에 따르면 2차전지를 포함해 △메타버스 △가상화폐·대체불가토큰(NFT)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등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상장사 233개사 중 55%에 해당하는 129개사가 현재까지 관련 사업 추진 현황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129개사에 대해 추가 실태 조사를 했다. 대부분의 상장 기업들이 수년간 영업손실 및 자본잠식, 최대주주 변경 등으로 재무·경영 안전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29개 신사업 미추진 기업들 중 최근 3년(2020~2022년 기준) 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장사 비율은 42.6%에 달했고 최대주주 변경 기업은 36.4%로 집계됐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비율은 29.5%, 상장폐지 사유 발생은 21.7%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도 11.6%나 됐다.

일부 상장사들의 경우 신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운 뒤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보유하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 대량 매도한 뒤 사업 추진을 철회했다. 

상습 공시위반도 적발됐다. 미추진 기업 중 정기·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과징금을 포함해 과태료·경고·증권발행제한조치 등 제재를 받은 기업이 25%(31개사)나 됐다.

이들 기업은 자금 조달도 빈번했다. 지난 2021년부터 올해 6월 말 기준 신사업 추진 발표 전·후로 유상증자 및 CB 발행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 기업이 전체 74%(95개사)로 조사됐다. 자금조달 규모는 평균 496억원, 횟수는 4회로 상장사 전체 평균인 254억원, 0.9회를 크게 상회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회계감리1·2국은 신사업 미추진 기업에 대해 심사·감리 역량을 집중하고 회계처리 적정성을 집중 점검한다. 

조사 1~3국은 신사업 추진 발표 이후 사업 진행이 부실한 기업에 대해 불공정거래 혐의 여부 및 철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이미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포착된 일부 기업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향후 주요 신사업 발표 회사를 대상으로 주가 급등 시기의 매매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이상매매 발견 시 신속하게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 추진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고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 등은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 위법행위로 보고 관련 부서가 적극 공조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불공정거래, 허위 회계처리, 횡령·배임 등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 수사기관 통보 등 필요한 후속조치도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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