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A씨는 이미 사용 중인 애플의 ‘맥북’을 놔 두고 최근 시작한 주식거래를 위해 윈도를 탑재한 새 컴퓨터를 구입할지 고민에 빠졌다. 이달 초 웹 기반으로 개편된 PC용 거래 시스템을 선보인 KB증권을 제외하면 국내 증권사 주식 거래 프로그램 가운데 맥 환경을 정식 지원하는 곳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웹 플랫폼 기반 트레이딩 시스템(WTS)에 대한 이용자 갈증이 커지고 있다. 다수 증권사가 주력하는 거래 중개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다. 하지만 화면 크기가 작고 한번에 표시할 수 있는 정보도 많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다.
MTS 확산 이전에는 PC용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사용했다. HTS를 쓰려면 컴퓨터에 ‘공동인증서’를 인식하고 관리하는 프로그램과 키보드 보안, 접속 구간 암호화 등 프로그램을 추가 설치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윈도 PC 환경만 지원한다.
얼마 전까지 은행 입출금·계좌이체 거래나 정부부처·관공서 서류 신청과 발급에도 공동인증서(당시 ‘공인인증서’)가 쓰였다. 과거 공동인증서는 이용자 신원 증명과 기관에 필요한 서명 기록을 전자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필수로 요구됐는데, 2010년대에 ‘전자서명법’과 ‘전자금융감독규정’의 관련 법령이 개정돼 이제는 공동인증서가 법적으로 불필요하다.
2020년대 초부터 이용자에게 다양한 ‘간편인증’ 기술이 공동인증서 대체 수단으로 등장했다. 이용자는 이로써 맥북처럼 윈도 기반이 아닌 PC로도 금융거래와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및 주민등록 등본 발급 등 국가·공공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를 운영체제나 플랫폼과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됐지만 증권사는 사정이 다르다. 미래에셋증권이 WTS를 제공하지만 윈도 OS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투자 정보 서비스 업체 알파프라임은 '알파스퀘어’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자체 WTS를 통해 유안타증권, KB증권 계좌 보유자에게 실제 매매까지 지원하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OS나 플랫폼 관계없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자체 WTS를 제공하겠다고 밝혀, 맥OS에서 이용할 수 있는 WTS를 자체 구축한 최초의 증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IT 투자에 범금융권 대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IT에 투자해도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더 편리한 주식거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 개선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이미 타사의 특정한 HTS나 MTS에 익숙해진 투자자를 끌어오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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