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기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 3월 법원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등기부등본 등을 열람하는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 서비스와 재판 진행 상황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건 검색 서비스 등이 일부 중단됐다. 민사 재판부를 중심으로 재판 일정이 연기되는 사태도 잇따랐다. 6월에는 4세대 초·중·고교 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NEIS·나이스)이 개통하자마자 오류가 반복됐다. 로그인이 안 되는 것은 물론 각종 자료 입력 과정에서 오류가 나타나고, 이로 인해 시험 관련 자료가 유출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 발생하면서 일선 교사들이 행정 업무 처리에 곤란을 겪었다.
이번 정부 행정전산망 장애는 여기에 방점을 찍었다. 일선 주민센터의 민원서류 발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정부24 서비스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면서 사실상 전 국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이 지난 18일 급거 귀국해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아직 재발 방지 대책은 고사하고 오류 발생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 같은 미온적 대처는 이동통신사·대형 플랫폼 등 민간 기업들의 서비스 장애 때와는 대비된다. 가령 지난해 10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네이버 서비스 장애 사태 당시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관련 기업들에 주요 사고 원인에 대한 개선 조치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계획 수립을 한 달 내로 요구했다. 또 카카오 등 특정 플랫폼의 지나치게 높은 점유율로 인해 국민들이 겪는 피해가 커졌다며 '독과점 플랫폼'에 대한 규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0년 12월 시행된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역시 서비스 장애 방지를 위해 민간 기업들이 지는 대표적 의무다. 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 등이 대상이다. 이들은 트래픽 집중을 막기 위한 서버 다중화,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을 할 수 있는 자체 가이드 마련, 이용자 요구 사항 처리 등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의무사항을 위반하면 1차적으로 시정명령을 받고, 이후에도 따르지 않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민간 기업에 대한 이 같은 촘촘한 규제 속 정작 정부가 전산망 관리에 허점을 잇따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민간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사태 당시 사실상 전 국민 보상을 요구했던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상을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민간 IT기업과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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