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택시 대수 5만대 넘은 카카오모빌리티, '규모의 경제' 확립했지만
20일 카카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연결 기준 73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5763억원)보다 약 27% 증가한 수치다. 다만 누적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09억원에서 올해 3분기 -12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상당수는 택시 호출 사업을 통해 나온 매출로 추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8월 말 공시한 반기보고서를 보면, 택시 호출 사업이 포함된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의 매출 비중이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4669억원)의 57.8%를 차지했다.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에는 택시를 비롯해 버스·기차·항공·렌터카 관련 사업과 주차중개사업 등이 포함되는데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단연 택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사업은 크게 가맹택시와 일반택시로 나뉜다. 이 중 대부분의 매출은 가맹택시들로부터 거둬들이는 수수료로부터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는 택시 운임의 20%인데, 이와 별개로 매출의 15~17%에 해당하는 금액을 데이터·광고 등 업무제휴 수수료 명목으로 회사 측에서 가맹택시에 지급하는 계약을 대부분 맺는다. 이를 감안하면 실질 수수료는 3.3~5% 수준이다. 일반택시의 경우 단순 호출중개를 하는 수준이다. 한때 스마트호출, 택시기사 대상 유료 멤버십 등으로 여기서도 수익화를 시도했으나 가격 인상 논란 속 곧바로 철회한 바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의 연간 매출은 지난 2021년 3381억원, 2022년 4678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로 올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가맹택시 숫자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관련 매출도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T블루 대수는 지난 2021년 3만대를 돌파했고 이듬해 4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들어서는 숫자가 더 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가맹택시 대수는 6만여대로, 이 중 카카오T블루가 5만1655대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회사 측이 여전히 카카오T블루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반 택시 호출 시장에서 95%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맹택시 중 대다수도 카카오T블루라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사업을 통해 실제 얼마나 영업이익을 내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맹면허사업자인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의 실적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케이엠솔루션의 지난 2021년 영업이익은 98억원으로 2020년 21억원 대비 4배 넘게 증가했으나 2022년에는 4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정도 줄었다. 가맹택시 숫자 증가로 매출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급수수료 등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 케이엠솔루션의 지급수수료에는 결제수수료·업무제휴 수수료·각종 인프라 비용 등이 포함된다. 비록 지난해 실적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이익에는 나름대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대리운전·미들마일 등 타 사업 중요성 커질 듯
문제는 가맹택시 수수료를 하향 조정한다면 이러한 '외형 확장' 전략에 타격이 간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기존 20%에 달하던 수수료를 3% 이하로 낮추고, 가맹택시 수수료와 업무제휴비로 이원화돼 있는 수수료 체계도 단순화한 신규 상품을 연말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기존 이원화된 수수료 체계가 '매출 부풀리기'라는 금융감독원의 지적 속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택시를 콕 집어 문제를 제기하자 급하게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수수료 자체가 20%에서 3% 이하로 줄어들면서 내년 이후 회사의 매출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질 수수료율로 따져도 기존 3.3~5%에서 3%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악화될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는 "데이터를 활용한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서비스에 대한 투자 제한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들 사업에도 하나씩은 난제가 있다. 대리운전의 경우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신규 고객을 유치할 수 없게 되면서 마케팅비 등 영업비용은 줄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앞으로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퀵서비스와 미들마일 사업은 아직 시장 진입 초기라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회사에서도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퀵서비스 사업은 지난 2021년 서울퀵서비스사업자협회에서 적합업종 지정을 동반위에 요청했고, 최근 퀵서비스 라이더(기사)들의 수수료 공개 주장까지 겹쳐 변수가 생겼다. 게다가 미들마일 분야에서는 최근 화물 중개 스타트업인 '화물맨'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아이디어를 탈취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UAM·자율주행 사업은 최근 연구개발(M&A) 성과를 내놓고 사업 협력에도 나서고 있지만 아직 관련 시장 자체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실제 서비스를 상용화하고 수익화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해외 택시호출 사업 역시 올해 3월 영국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 인수를 기점으로 유럽·동남아 등에서 빠른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아직은 개척 단계라는 평가다.
이러다 보니 당초 기업공개(IPO)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던 카카오모빌리티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매출 부풀리기 논란으로 금감원의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가, 가맹수수료 인하로 주력 사업에서의 매출도 상당 부분 포기하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후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하에서는 택시업계와 상생책을 펼치면서 동시에 높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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