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KIET)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2.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은 대표적인 효자 품목인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앞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내놓은 전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치다. 정부 전망치(2.4%)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내년 경제 성장률(2.2%)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예측(2.1%)도 하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국내 민간소비 증가율은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와 높은 가계부채로 이자 부담이 확대되고 금융부문과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자산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고물가에 따른 구매력 약화 등이 경제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설비투자는 2.1% 증가하고 건설투자는 0.2% 감소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친환경 차량의 견조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업종의 투자 확대가 예상된다. 또한 반도체 업황의 완만한 회복과 관련해 주요 기업들의 계획된 투자 집행,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소폭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반면 건설투자는 정부의 SOC 예산과 토목건설 수주의 증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미분양이 증가하고 신규 인허가 및 착공, 건설 수주액 등의 선행지표들이 부진을 보여 올해에 비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그동안 부진에 시달렸지만 내년부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부문 수출이 내년에도 이어지고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면서 내년 수출에 훈풍이 불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전망했다. 여기에 전년도의 기저효과와 세계 무역의 완만한 회복도 수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출 업황 개선에 따른 중간재 수입 증가와 유가 하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입은 올해보다 0.7%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무역수지는 265억 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국내 13대 주력 산업의 수출은 세계 경제의 제한적 성장 속에서도 석유화학(-0.5%), 이차전지(-2.6%)를 제외한 대다수 산업의 수출이 확대돼 올해(-10.5%)보다 5.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내수는 ICT 신제품 출시와 수출용 중간재 수요 증가로 IT신산업군의 내수 회복이 예상된다.
업종별 생산량은 기계산업군의 경우 자동차(-0.1%)와 일반기계(-9.5%)가 감소하고 조선(42.4%)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소재산업군에서는 철강(1.6%), 정유(1.1%)가 소폭 늘고 석유화학(-1.5%)은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국제유가는 83달러대, 환율은 1280원 내외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원유 생산국의 공급 증가 가능성이 가격 상승을 제한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급 우려가 완화되면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반도체 경기 개선에 따른 국내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완만한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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