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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직원 절반이 6080 시니어···정년 사라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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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주혜린 기자
입력 2023-11-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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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고용우수기업 '요코비키셔터'…81세 최고령 설계사

  • 사실상 65세 정년…'계속고용' 또는 '정년 연장·폐지' 선택

요코비키에서 근무하는 81세의 가나이 노부하루씨가 작업중이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요코비키에서 근무하는 81세의 가나이 노부하루씨가 작업중이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저 같은 고령자라도 회사에서 고용해 주고 인정해 주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한 계속 일하고 싶다."

5년째 요코비키셔터 기업에서 근무 중인  가나이 노부하루씨(81)는 언제까지 일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원자력 업체에서 설계 일을 하던 그는 74세에 퇴직한 후 76세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현재 그는 셔터 제작의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 설계했던 것의 연장선에서 일하도록 해줬기에 직장에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 없었다. 44년간 이전 직장에서 설계 업무를 했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있다. 여전히 배워나가고 학습해 나간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방문한 도쿄 아다치구에 위치한 '요코비키셔터'. 특수 셔터 제작 업체로 전체 종업원이 34명뿐인 작은 회사다. 특이한 점은 60~80대 고령자 직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이라는 것이다. 무려 70대 이상 직원들이 8명이다. 이치카와 신지로 요코비키셔터 사장은 "현재 우리 회사의 최고령 직원은 81세다. 2년 전에는 95세 되는 최고령자도 있었다. 79세 직원은 근속연수 21년째로 입사 당시 영업 담당했지만 이후 배치전환 해 현재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기업 70% '계속고용제도' 도입

시니어 직원 고용은 일본에서 점점 흔해지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사회(65세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7% 이상)로부터 35년 만에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법정 정년은 한국과 같은 60세다. 이 기간에 일본은 다양한 논의를 통해 60세 정년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했다.

일본 정부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할 정년연장장려금과 고령자고용장려금·계속고용장려금 등의 각종 보조금 제도를 실시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13년부터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65세까지 고용 의무화가 적용됐다.

특히 일본 정부는 기업이 상황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했다. 60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가 △65세로 정년 연장 △계속고용 △정년 폐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약 70%가 '계속고용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나머지 30%의 기업은 자발적으로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선택했다.

계속고용은 기업이 정년을 맞은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은 정년 전보다 열악해질 수 있는 제도다. 이 경우 정년이 지나서도 고용은 계속되지만, 근로 조건이나 담당 업무 등은 회사가 바꿀 수 있다. 요코비키셔터 기업도 이 사례다. 이치카와 사장은 "정부에서 정년 연장을 하는 기업은 2년에 1세씩 늘리도록 했다. 그 정부 방침에 맞춰서 정년을 1세씩 계속 늦춰서 현재 70세가 됐다"고 말했다.
 
요코비키셔터의 이치카와 신지로 대표이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요코비키셔터의 이치카와 신지로 대표이사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장기 근무 동기 부여, 기능 전수…생산성 높여

이치와 사장은 고령자 고용의 장단점을 묻자 "고령자는 전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회사에서 고령이 될 때까지 일자리를 제공하면 정말 고마워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령자의 일할 의욕은 항상 있다"며 "가장 큰 이점은 지금까지 자기가 닦아온 지식과 능력 그리고 풍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기능을 전수하면 플러스 알파가 된다"고 답했다. 

요코비키셔터는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지 않고 직무, 근로시간 등에 따라 급여가 조정된다. 이치카와는 "연령을 이유로 급여가 내려가는 것은 없고 최고령 81세 되는 분도 올해 승급을 했다. 정년을 맞이했더라도 그 사람의 능률이나 능력이 급격히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급이 늘어난 고령 직원들을 목격한 젊은 직원들도 오래, 성실하게 근무할 동기를 얻고 결과적으로 회사 전체의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니어 근로자를 배려해 본인 또는 배우자의 병원 방문 일정 등에 맞춰 주당 근무 일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무제도도 유연화했다. 이치카와는 "직원은 전원 정규직이다. 정규직이면서 근로일수 적은 사람도, 근로시간이 적은 사람도 있다"며 "건강상 문제가 있는 고령자를 보면 대체로 월 1회 정도 병원에 간다. 건강상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월 1회 정도 휴일을 부여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중소기업은 만년 사람이 부족하다. 특히 젊은 층 인재는 대기업 쪽으로 전부 다 빼앗기기에 채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적으로 현재 있는 직원을 오랫동안 고용하는 게 중소기업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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