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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종이빨대, 처치곤란"…오락가락 환경부 정책에 점주들만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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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기자
입력 2023-11-2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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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카페 창고에 쓰지 못한 종이빨대들이 쌓여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21일 기자가 찾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카페 창고에 쓰지 못한 종이빨대들이 쌓여 있다. [사진=권보경 기자]

"샀지만 쓰지 못한 종이빨대가 쌓여 있어요. 정부 지침이 오락가락해서, 방향 잡기가 힘듭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6년째 카페를 운영중인 사장 김모씨는 종이빨대 얘기가 나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이달 초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금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종이빨대를 사 뒀다. 하지만 지난 7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이 무기한 연장되면서 추가로 발주하지 않았다. 그런데 환경부가 20일 다시 계도기간 종료시점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환경보호 정책을 어떻게 펼치겠다는 것인지 감이 안 온다"며 "발주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21일 기자가 만난 카페 주인들은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 종료와 연장을 두고 환경부가 오락가락하는 탓에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합정동에서 1년간 카페를 운영한 박모씨도 "종이빨대가 창고에 쌓여 있다"며 "한 개에 30원 하는 일반빨대보다 10~15원가량 더 비싸다"고 전했다. 가격은 비싸지만 금방 형태가 흐물흐물해져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박씨는 "종이빨대를 제공하면 '플라스틱 빨대 어디있냐'고 찾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계도기간 연장한다더니…"종료시점 발표"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일 카페나 식당 등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종료일 특정 없이 연장했다. 당초 오는 23일 종료일을 추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선회한 것이다.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비싼 점을 고려해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환경부는 20일 추후 계도기간 종료시점을 발표하겠다며 또 다시 입장을 바꿨다.

현장에서는 불과 한 달 만에 환경부 지침이 2번 바뀌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종이빨대 구매 수량을 늘려야 하는지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합정 카페 직원 박모씨는 "이번에 종료일이 명확히 발표되면 종이빨대를 발주하려 했는데 연장 돼 그냥 취소했다"며 "또 바뀔 수 있다고 하니 고민이 깊어진다"고 전했다. 이어 "카페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혼란스럽다"며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안 돼 불안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정책 방향성엔 공감…부담 덜어줄 방안 필요"
소상공인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동감한다는 반응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오락가락하는 환경부 지침이 문제"라며 "협동조합에 가입한 7800개 가량의 카페 사장님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종이빨대 사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이라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버블티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플라스틱 빨대가 분해 시기가 오래 걸린다고 하더라"며 "환경을 위해 사용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정책이 오락가락해 불만"이라고 말했다. 

다만 막상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종이빨대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고,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합정동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박모씨는 "플라스틱 빨대가 7~8원가량이면 종이빨대는 20원이라 2배 이상"이라며 "구비해놔도 플라스틱 빨대를 취급하는 카페만 가는 손님들도 있을 만큼 거부감이 크다"고 전했다. 합정동 카페 직원 조모씨도 "종이빨대를 제공해도 다들 플라스틱 빨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 종료 시 홍보와 자금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 이사장은 "종이빨대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을 낮추기 위해 현수막 게시 등으로 홍보하고, 지원금을 지급해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계도기간 종료 이전에 종이빨대와 플라스틱 빨대 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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