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이사회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에서 시작된 오픈AI 분열과 그 이후 행보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픈AI가 제공하는 GPT 앱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외부 서비스 연결용)를 활용해 응용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들은 오픈AI의 업데이트 연기·중단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반면 오픈소스 또는 독자 AI 모델로 사업에 나선 대기업들은 오픈AI와 기술 격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다.
21일 AI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성AI 업체들은 오픈AI가 제공하는 GPT 관련 기술을 사업에 얼마나 많이 활용하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챗GPT API를 활용해 응용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 대표 A씨는 "올트먼이 해임된 후 관련 뉴스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며 "당장 사업에 영향은 없지만 직원들과 차기 사업에 대한 전체 점검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보고 아침부터 긴급 회의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성AI 스타트업 고위 관계자 B씨도 "오픈AI 변화가 회사에는 영향이 없다고 부인하긴 힘들다"고 했다.
다만 국내 AI 스타트업들도 오픈AI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B씨는 설명했다. 그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오픈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이유는 현재 가장 우수한 거대언어모델(LLM)이기 때문"이라며 "분열 사태가 장기화해 구글의 '팜(PaLM)2' 언어모델 등이 GPT 성능을 넘어서면 언제든 AI 모델을 바꿀 수 있게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오픈AI의 언어모델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의 클라우드 언어모델이나, 메타(페이스북)의 오픈소스 언어모델로 교체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 특히 그간 외산 언어모델에 밀려 관심도가 떨어졌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언어모델에 대한 선호가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GPT 응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체 언어모델도 개발 중인 한 스타트업 관계자 C씨는 "GPT 응용 서비스는 회사 기술을 알리기 위함이고, 진짜 주력하는 분야는 자체 언어모델 개발"이라며 "장기적으로 자체 언어모델로 사업을 완전히 전환해 외부 환경 변화에도 영향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카카오·SK텔레콤·KT·LG AI연구원·엔씨소프트 등 자체 언어모델을 만드는 국내 기업들은 오픈AI와 기술 격차를 좁힐 절호의 기회로 보고 상용 언어모델 출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픈AI와 국내 대기업 간 기술 격차는 1년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김성철 생성AI스타트업협회 사무국장은 "오픈AI는 현재 전 세계 생성 AI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회사여서 지금과 같은 혼란은 스타트업들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오픈AI 혼란상은 업계가 한번쯤 겪어야 할 성장통이지만 (국내 기업들에 대한) 유불리를 판단하기에는 기술·산업적으로 지나치게 이르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