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회장이 KB금융그룹 수장으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윤종규 전 회장에 이어 국내 1위 금융지주를 이끌게 됐지만 리딩 금융 자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그의 최대 과제다.
양 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주변 이웃과 함께 성장하고 사랑받아온 금융회사 최고경영책임자(CEO)로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양 회장에게 부여된 최대 과제는 리딩 금융 자리를 지켜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부문에서는 당장 KB금융의 해외 진출 공략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정상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 후 5년 만인 올해 상반기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다.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양 회장은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주도하고 대표까지 맡아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린 인물이어서 그룹 전반적인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KB금융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양 회장의 몫이다. 계열사 11개 중 국민은행을 포함한 9개 계열사 대표 10명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처음 단행하는 인사인 만큼 경영 색깔을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그간 운영돼온 부회장 체제는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첫 임기를 시작하는 양 회장이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 회장의 경영 핵심 가치는 '상생'이 될 전망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사회와 끊임 없이 상생(相生)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경영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주는 경영 △주주의 '지지와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을 강조했다. 마침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주요 금융지주들을 대상으로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있어 양 회장이 조만간 대규모 금융지원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양 회장은 행원으로 입사해 회장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9년 주택은행에 입행해 KB국민은행 영업점과 재무 관련 부서에서 20년간 근무했으며 2008년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부터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냈고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 고객, 자산관리, 중소상공인(SME) 등 부문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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