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기온이 급감했지만 겨울 의류 구매가 시작되는 11월 초까지 20도 이상의 고온이 이어지며 초기 판매가 부진해서다. 통상 겨울 객단가가 높은 아우터류의 경우 11월 초 기온이 낮을수록 높은 판매량을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F,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한섬 등 국내 패션 대기업 5사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 합계액은 5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1155억원)와 비교하면 54.6% 급감한 수준이다.
5개사 중 삼성물산은 유일하게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5개사의 전체 매출액도 1조76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가장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한 업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줄어든 3158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한섬과 LF가 각각 5.1%(3241억원), 4.1%(4169억원) 내려앉았고, 코오롱FnC는 2479억원의 매출고를 올려 전년 대비 1% 줄어 가장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패션 업계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 3분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역기저 효과도 영향을 줬지만, 소비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4분기에도 '실적 한파주의보'가 발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통상 4분기는 패션업계에서 손꼽는 최대 성수기다. 고가의 겨울 아우터가 많이 팔리면서 연간 매출의 절반 가량을 4분기에 거둬 들인다. 그만큼 겨울 장사는 한 해 실적의 성패를 가르는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패션 업체들은 실적 분위기 반전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수요에 맞게 마케팅 전략을 수정하는가 하면,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도 있다.
LF는 변화구를 택했다. 매주 주력하는 아이템에 변화를 주며 고객 니즈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급선회했다. 10월에는 경량 패딩, 패딩 조끼 등 가벼운 간절기 제품의 비중을 높였고 11월 들며 다운류를 메인 상품으로 내걸었다.
상품 경쟁력 강화로 승부수를 띄운 업체도 생겨났다. 삼성물산은 신명품 발굴과 에잇세컨즈 프리미엄화 전략을 세웠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입 패션 1개, 수입 화장품 2개 이상 추가로 론칭하고 한섬은 신규 해외 브랜드 출시와 대표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초반에 날씨가 따뜻해 FW 시즌 신상품들의 판매 실적이 좋지 못했다"면서 "통상 11월에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재고로 떠안아야 해 패션 업체들의 걱정이 크다. 다만 최근 1~2주 사이에 다시 날씨가 추워지면서 겨울 옷이 팔리기 시작해 다행인 상황이지만, 소비 심리가 워낙 위축돼 예년과 같은 성수기 특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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